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들이 일본에 끌려와 강제노동으로 만든 저수지로 이렇게 맛있는 쌀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일본 시민단체 '징용 조선인의 노고에 감사하는 모임'이 최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박시영(91)·박인식(90)씨를 초청했다. 둘은 가족과 함께 다음 달 27~30일 홋카이도로 가서 히가시카와초(東川町) 주민을 만나고 과거에 직접 만든 저수지도 둘러본다.

비용은 홋카이도가 절반을, 히가시카와초가 25%를 지원한다. 일본 시민단체의 강제동원 피해자 초청 행사 중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둘은 1943년부터 해방까지 하루 13~15시간씩 이곳 저수지 건설에 동원됐다. 당시 총 1023명의 노동자가 있었는데 대부분 강제로 끌려온 한국인들이었다고 한다.

박시영씨는 "짐이 너무 무거워 살이 벗겨지면 감독관은 상처에 소금물을 부었다"고 했다. 박인식씨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밤에 숙소에 가면 밖에서 자물쇠를 채웠다"면서 "몸이 아프기 일쑤였고, 밥도 서서 먹었는데 정말 피눈물 났다"고 했다.

이들을 초청한 일본 시민단체는 '조선인의 피와 땀으로 아름다운 저수지가 조성됐으니 주민이 직접 감사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올 초부터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박시영씨는 "그때 고생한 억울함은 잊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초청해주니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