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힘의 비결은 중립과 국방력"

"스위스에 있는 모든 주택과 빌딩 가운데 95%는 지하 방공호를 갖고 있어요. 핵 공격과 핵 오염에 수개월간 버틸 수 있는 축구장만 한 크기의 지하 방공호만 3500개가 넘습니다."

최근 방한한 우엘리 마우러(Maurer·60) 스위스 국방장관은 "1960년대부터 스위스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지하 방공호 설치를 의무화했다"며 "그 결과 전국에 공공 대피소만 27만여개가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500여년간 중립국이지만 모든 남자에게 징병제를 실시 중이며 그 어느 나라보다 전쟁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지하 방공호 촉진 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했어요."

마우러 장관은 "스위스 육·해·공군 총병력 12만명 가운데 정규 직업군인은 2000명뿐이지만 국방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그 비결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强度) 높은 군사훈련"이라고 했다.

"일반 사병의 경우, 직장에서 일하면서 만 34세까지 군 복무를 하는데 21주 입소 기본훈련을 마친 후 매년 3주간 새벽 5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는 동원훈련을 받습니다. 매주 1~2회는 야간 전투훈련을 하고 일정한 사격 명중률 등을 달성해야 훈련 수료를 인정해줘요."

그는 "효율적인 군사훈련과 유사시를 위해 200만정의 실전용 총(銃)은 각자 집에서 소지, 관리하고 있다"며 "스위스 군대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연방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마우러 장관 본인도 스위스 농민협회와 농기구협회 회장 등을 맡아 사회생활을 하면서 50세까지 보병대대 대대장(소령)으로 군 복무를 했다.

국민당 당수를 거쳐 2009년 스위스 내각 연방장관 7명 중 한 명으로 뽑힌 그는 "스위스가 지금의 경제 부국으로 성장하게 된 최대 원동력은 당파를 떠나 일관되게 강력한 무장(武裝) 중립 정책을 유지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