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ETF 전성시대… 金 ETF '금빛 질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가 100개를 돌파하면서 주식과 채권 일색이었던 ETF의 종류도 통화와 원자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유와 금, 농산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들 원자재 시세를 따라 움직이는 원자재 ETF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자재 ETF 9개 중 6개가 올해 상장된 것들이다. 원자재에 투자하고 싶은데 일반 펀드 외에 투자방법을 찾지 못하던 사람들의 수요와 ETF 거래의 편리함이 딱 맞아떨어졌다.

◆치솟는 금값에 ETF 수익률도 '쑥'

요즘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원자재는 단연 금이다. 금값이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하면서 금이 그야말로 '금값'이 됐기 때문이다.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9개 원자재 ETF 중 3분의 1이 금 관련 ETF다.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은 금 관련 ETF 중 순자산(설정액에 운용수익을 합친 것) 규모가 가장 크다. 25일 기준으로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의 순자산은 121억원으로 작년 9월 상장 당시보다 21억원 늘었다. 이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12.62%)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19개 금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4.93%)보다 세 배가량 높다.

이 ETF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을 따라 움직인다. 이 때문에 올해 금값 상승분(13%)이 수익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국내 금 ETF 1호인 '현대HIT골드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HIT 골드)'는 지난 2009년 11월 상장된 이래 누적 수익률이 약 34%에 달한다. 이 상품은 다른 원자재 ETF와 달리 환노출형 상품이어서 금값이 오르더라도 매입 시점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강세) 손실이 날 수도 있다. 25일 기준으로 HIT 골드의 순자산은 약 32억원으로 설정 당시보다 순자산이 78억원 감소했다. 김성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팀장은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에 나서면서 최근 자산 규모가 줄었다"고 말했다.

◆원자재 ETF 종류도 다양

전문가들은 원자재 ETF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금과 원유, 구리, 콩 등 개별 원자재에 독립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천연자원 펀드는 원유와 가스 등 여러 천연자원에 한꺼번에 투자하게 돼 있다. 하지만 원유에만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원유 ETF를 선택하면 된다. '미래에셋맵스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에 연동한다. 이 ETF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2.48%로 같은 기간 WTI 가격 상승률(2.33%)과 비슷했다. 김선화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단일 원자재 ETF의 장점은 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금 ETF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위험을 피할 수 있고 구리 ETF는 경제 성장에 따른 구리 수요 증가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TF(상장지수펀드)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를 펀드로 만든 후 이를 상장시켜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품이다. 증권사 계좌를 통해 실시간으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 수수료도 일반 펀드보다 저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