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바람 타고 '강원도 골프장'이 뜬다

'강원도 골프장'이 주목받고 있다.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로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을 연결하는 각종 교통망의 신설, 확충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이동 거리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알펜시아 리조트 홍보팀 허진욱 과장은 "여름 휴가철이라 이용객이 늘어난 것이 동계올림픽 유치의 구체적인 결과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현재 분양 중인 회원권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등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 중 하나인 보광휘닉스파크 골프장도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이 골프장은 사람이 가장 쾌적감을 느낀다는 해발 700m에 자리 잡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설계한 골프 코스다. 회원권 시장이 무더위와 휴가철로 약보합세를 이루는데도 이곳은 22일 현재 약 500만원 정도 회원권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이 거의 사라진 상태여서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전략기획실장은 "최근 시세를 끌어올릴 호재가 없었는데 동계올림픽 유치로 강원권 골프장뿐 아니라 전 지역 회원권시장 흐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계획 중인 주요 교통망 사업은 경기도 광주와 원주를 잇는 제2 영동고속도로와 동홍천과 양양을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 인천공항에서 서울·평창·강릉을 잇는 고속철도다. 제2 영동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서울~원주 소요시간은 1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여기에 동홍천~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 주문진~속초간 동해고속도로 등 광역 도로망이 구축되면 서울에서 강원도 동해안까지 1시간 3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특히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평창까지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만성적인 주말 부킹난으로 골프에 굶주린 수도권 주말 골퍼들에겐 수도권 골프장과 이동거리에서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자연경관이 뛰어난 '강원도 골프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로 '신데렐라'로 떠오른 곳은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알펜시아 리조트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회원제와 퍼블릭골프장 2곳을 운영 중이다. 특히 퍼블릭코스인 알펜시아 700 골프장은 세계 명문 골프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레플리카(Replica)' 형태로 설계된 국내 최초 골프코스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외면받아 왔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올림픽 유치로 인해 인기명소로 떠올랐고, 최근 골프장 부킹이나 리조트 숙박 예약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강원도 홍천의 힐드로사이 골프장도 동계올림픽 수혜를 직접적으로 보게 됐다. 힐드로사이 골프장은 7개의 넓은 호수와 폭포, 678야드의 국내 최장 파5홀, 삼성에버랜드 잔디환경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양잔디 식재,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긴 전장(7432야드), 유럽풍의 클럽하우스와 암벽을 타고 떨어지는 20m 높이의 폭포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서울에서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에도 '강원권'이란 인식 때문에 골퍼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었다. 힐드로사이 골프장의 김각수 대표는 "동계올림픽이 유치되고 분양 문의전화가 늘어났다. 멀게 느껴진 강원권이 심리적으로 가까워질 것이란 기대 때문에 앞으로도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강원권 골프장 수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43곳이나 된다. 올해 개장하는 골프장도 11곳으로 다른 지역의 2배가 넘으며, 건설 준비 중인 곳도 39개에 이른다.

골프장의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공급 과잉으로 과당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유승영 회원권114 대표는 "동서고속도로와 제2 영동고속도로가 착공된다 해도 완공까지 3~4년 이상 걸린다"며 "강원권 골프장의 매력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한 난개발로 인해 오히려 경영 상황이 악화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