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금 20년간 월 500만원씩… 연금복권 인기몰이

요즘 은퇴를 앞둔 40~50대 아빠들 사이에서 연금복권 인기가 치솟고 있다. 연금복권이란, 1등 당첨자에게 20년간 매월 500만원(세전)씩 12억원을 주는 연금식 복권인데 이달 1일 공식 출시됐다.

지금까지 총 4회 발행됐는데 판매 물량이 모두 매진되는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돈암동의 한 복권판매점 주인은 "연금복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판매 개시 후 이틀 정도면 몽땅 팔려버린다"며 "1등과 2등 동시 당첨을 노리고 10장씩 일련번호로 싹쓸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연금복권의 인기 비결은 뭘까. 연금복권 발행을 주도한 홍남기 전 복권위원회 사무처장(현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연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로또복권 등 기존의 복권과 다른 점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우선 연금복권은 1등에 당첨되어도 당첨금 12억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없다. 반드시 20년 동안 매월 500만원씩 나누어 받아야 한다. 1등에 당첨되면 수십억원의 당첨금을 일시에 받는 로또복권과는 다른 구조다.

'당첨되면 무조건 잠적할 것, 전화번호를 당장 바꿀 것, 한 달 이상 해외에 나가 있을 것…'과 같은 '로또 당첨자 수칙'은 연금복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 중에는 갑자기 생긴 큰돈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금복권은 당첨금을 오랫동안 나누어 받으므로 당첨자 중에 사표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등(1억원)부터 7등(1000원)까지 당첨자는 당첨금을 일시에 받는다.

연금복권이 로또복권에 비해 1등 당첨 확률이 높고, 당첨금에 붙는 세금 비율이 낮은 것도 특징이다. 연금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315만분의 1로, 로또복원의 1등 당첨 확률인 814만5060분의 1보다 높다. 복권위는 연금복권의 당첨확률이 높이기 위해 1등 당첨자 수를 2명으로 늘렸다고 한다. 또 로또복권의 경우 1등 당첨금이 대부분 3억원 이상이어서 33%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연금복권의 1등 당첨자는 당첨금을 매월 나누어 받으므로 로또복권보다 낮은 22%의 세금만 내면 된다. 연금복권 1등 당첨금에서 세금을 빼면 당첨자가 실제 받는 금액은 월 390만원씩 20년간 총 9억3600만원이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금복권이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돼 실제 가치가 더 작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인 우리나라에서 현재 390만원과 20년 후 390만원의 가치는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현재의 연금액이 물가 상승률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금복권이 국민연금과 같이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월 당첨금 지급액을 늘려서 준다면 은퇴자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