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노태우 정부 시절의 '수서 비리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20년이 흘렀다. 당시 '몸통'으로 지목됐던 장병조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73)이 지난달 30일 작고했지만 사건 장본인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88)은 아직 외국에서 재기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서울시가 1991년 한보 소유였던 서울 수서지구 내 택지 3만5000평을 26개 주택조합에 특별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서울시는 장 전 비서관의 압력을 받아 '특정조합에 대한 특혜불가'라는 방침을 5개월 만에 뒤엎고 택지 공급을 결정했다. 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나서 정 전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장 비서관을 비롯해 민자당 오용운·김동주·이태섭 의원, 평민당의 이원배·김태식 의원 등 6명을 구속했다. 현직 청와대 비서관이 구속된 건 처음이었다.
정 전 회장은 이 사건을 포함해 세 번 구속됐다. 그는 수서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995년 사면됐으나, 석 달 만에 노 전 대통령에게 수서 사건과 관련해 100억원을 준 사실이 밝혀져 다시 구속됐다.
그는 1997년 한보 특혜대출 사건으로 세 번째 구속됐으나, 2002년 대장암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그는 또 며느리가 이사장인 사립대학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2007년 5월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금광 사업에 참여하면서 재기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구속된 김태식 의원은 무죄가 확정됐고 유죄가 인정된 나머지 인사들도 대부분 사면을 받고 정계로 복귀했다. 김 의원은 2002년 국회 부의장을 지냈고 이태섭 의원은 자민련 부총재를 지냈다. 오용운 의원은 2005년에 작고했다.
수서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최명부 당시 중수부장은 2003년 작고했다. 수사팀 일원이었던 김성호 검사는 법무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냈고 박주선 검사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있다. 소병철 검사가 대전지검장으로 현직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