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산수화에 소풍 간 마네 그림 속 인물

단정한 수묵(水墨)의 산수(山水) 위로 분홍빛 벚꽃잎이 흩날리자 안개를 머금은 심산유곡(深山幽谷)의 풀밭에 소풍 온 사람들이 자리를 깔았다. 지극히 동양적인 이 풍경을 즐기러 온 사람들은 나체를 드러낸 서양 여인과 양복을 차려입은 서양 신사 두 명.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작 '풀밭 위의 점심'(1863) 속 인물들이다. 이 작품은 LCD 모니터를 이용해 작업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42)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박연폭포'·'단발령망금강'과 밀레의 '만종', 쇠라의 '물놀이하는 사람들' 등 동서양의 명화들을 결합시켜 만든 '그곳에 가고 싶다'(2010·사진)다.

이달 7일까지 홍익대학교 문헌관 4층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방법과 정신'에는 강정혁·김창겸·김채형·김태진·박병래·서동수·윤지현·이이남·이재민·장욱희·찰리한·최지범·하석준(가나다순) 등 13명의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 27점이 나왔다. LED 모니터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들이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든 하석준의 '영리한 초상화' 등 40대 전후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서영희 홍익대 미대 교수는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해 미디어아트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자 했다"고 말했다. '2011 아시아프' 특별기획전이다.(02) 724-63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