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용? 쉿!… 日 노인 겨냥 티 안내는 '스텔스 마케팅'

일본 도쿄 도심에 있는 우에시마 커피숍 체인의 테이블과 의자는 다른 커피숍들보다 낮은 편이다. 테이블 간격도 몸이 부딪치지 않도록 넓게 배치했다.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과자나 케이크는 부드러워 씹기 편한 것들로 구색을 갖췄다. 음료나 음식은 손님이 주문하면 직원이 자리까지 가져다준다. 커피숍 간판과 메뉴도 큼직한 일본어로 쓰여 있다. 이 커피숍은 '노인 전용'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편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 대부분은 노인이다.

세계 최고 장수국가 일본에서 실버세대를 겨냥해 티 내지 않고 노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스텔스 마케팅이란 대중매체가 아닌 입소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노인용' '70대를 위한' 등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은 금물이다. '노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심리를 마케팅에 반영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적으로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노인들은 광고를 여러 번 봐도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입소문 전략이 더 효과적이다.

도쿄 게이오(京王) 백화점도 스텔스 마케팅을 활용한다. 쇼핑을 하다 지친 노인들을 위해 백화점 곳곳에 의자를 배치했고 표지판 안내문구도 큰 글씨로 써넣었다. 점원은 노인들이 신뢰하는 50~60대 위주로 배치했으며 선반 높이도 낮췄다.

노인을 위한 세심한 마케팅 기법이 등장할 만큼 일본의 노인층 구매력은 막강하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전체 인구의 5분의 1(지난해 23.1%)을 넘는다. 이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저축한 돈이 많고 그 돈을 쓸 여가 시간도 많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서구 노인들에 비해 일본 노인들은 만족한 서비스를 얻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60대 초반 고객에 공을 들이거나 노인의 중년 자녀를 우회적으로 공략하기도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