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기피 인물'

〈제12보〉(190~233)=LG배는 대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여성기사들이 계시(計時)를 맡는다. 고참이 우선권을 갖고 판을 배정하는데, 장고파가 두는 판은 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속기파 대국에 비해 많으면 2시간 이상 더 늦게까지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 이런 점에선 박정상도 '기피 인물'로 분류된다. 끈덕지고 신중하기로 유명한 조치훈 안조영 이희성 등에 한 치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

190은 어쩔 수 없다. 참고도 1로 연결하고 싶지만 우선 흑2를 선수(先手)로 맞는 것이 아프다. 그런 뒤 흑은 4로 달아날 것이다. 11로 끊어봐도 12면 이 흑의 퇴로를 차단하는 방법이 없다. 백은 190을 둘 때부터 192로 빠진 뒤 206과 211을 맞볼 생각이었다. 200까지 이런 정도. 213으로 때려내선 승부가 완전히 결정됐다.

그러나 쿵제의 장고는 계속된다. 박정상도 손 안에 든 새가 행여 날아갈세라 1분 초읽기를 최대한 이용한다. 백은 208수째부터, 흑은 그보다 앞서 113수째부터 시작한 초읽기다. 233수 만에 백이 항복했을 때 시계는 오후 6시 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회전 16국 중 15번째로 끝난 이 판의 계시원 김규리양도 녹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