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북한군 교육했지만 난 불가리아서 한국학 가르쳐"

"과거 동유럽에서 '코리아'는 곧 북한이었죠. 이젠 한국(남한)을 의미해요. 우수한 제품과 재밌는 영화, 그리고 K-POP까지. 한류(韓流)에들 열광하죠."(체코 프라하 찰스대 또마시 호락 교수)

"할아버진 6·25 전쟁 때 북한을 위해 일했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에 와 한국어를 배우고, 돌아가선 한국에 대해 가르치네요."(불가리아 소피아대 이리나 소티로바 교수)

3일 건국대 국제학사에서 외국인 30여명이 한국어 강의를 듣고 있었다. 건국대가 마련한 '한국어 교수(敎授)법' 강좌에 초청된 외국인 한국어 교사들이다. 대부분 중국인이다. 그 가운데 동유럽에서 온 한국어 선생님 둘이 눈에 띈다. 체코의 호락(38) 교수와 불가리아의 소티로바(33) 교수다. 두 사람 다 한국어로 토론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한국학을 가르치는 호락 교수는 20년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1991년 찰스대 한국학과에 입학한 후 박사를 거쳐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불교사상에 빠져 한국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현재는 지눌 스님의 불법 해설서인 '보조법어(普照法語)' 체코어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체코에서 한국 뉴스가 나오면 신문·방송사가 해설을 요청할 정도로 한반도 전문가다.

"10년 전만 해도 체코에서 한국학 전공자는 10명이 될까 말까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매년 20명 넘게 입학하죠. 작년에 탤런트 이민호씨가 프라하에 왔는데 체코 소녀들이 한글 피켓을 들고 쫓아다니더군요." 같은 대학 한국학과 2년 후배인 그의 아내 역시 드라마 '대장금' 팬이고 집에는 한국산 가전제품이 많다고 한다.

불가리아 소피아대 소티로바 교수는 한반도와 인연이 깊다.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북한군 교육과 군수지원을 담당했다. 불가리아에 파견 온 북한 군인도 집으로 자주 초대했다고 한다. 그녀는 소피아대 한국학과에 입학해 박사 학위까지 딴 뒤 교수로 있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 제품, 사람까지 모두 좋아해요. 아들이 여덟살인데 크면 한국으로 유학 보내고 싶어요."

두 사람 모두 한국어가 유창하지만, 아직 어려운 부분도 많다고 했다. 소티로바 교수는 "높임말은 어떻게 써야 옳은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고, 호락 교수는 "한자어가 많은데, 참 어렵다"고 했다.

둘은 "더 많은 동유럽 사람이 한국을 제대로 알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 사람들도 동유럽에 더 관심과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