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이 주는 감동, 느껴본 지 오래… 이들이 존경받아야 대한민국이 웃는다

지난달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을 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TV 생중계로 IOC 총회를 지켜본 사람들 사이에는 이 장면이 단연 화제였다. "1조원짜리 눈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민들이 대그룹 오너들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장면이다. 국가와 사회 공동의 과제를 위해 헌신하고, 그 결과에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장면이다. 이 회장의 그 눈물로 지금까지 편법 증여와 탈세 등 부정적인 삼성의 이미지가 상당히 씻겨나갔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본주의의 꽃은 기업이고, 자본주의 최고의 직업은 기업인이다. 우리나라 역시 대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에 힘입어 초고속·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그룹들이 정부 성장정책의 시혜는 누릴 대로 누리면서 각종 편법·탈법을 통해 부(富)를 축적하고 그것을 대물림한다는 인식도 낳았다.

글로벌 극한 경쟁과 시장 최우선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자본주의3.0)에선 법 테두리 내에서 시장원리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대그룹 오너와 2~3세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그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국민들도 등을 돌렸다. 본지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700명 대상)에서 "대기업 실적이 좋아져 자신의 형편도 좋아졌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82.1%에 달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서민의 몫을 빼앗았는가"라는 질문에 "공감한다"고 답한 사람이 62.7%였다.

대그룹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인식은 오너 일가를 비롯한 기득권층의 처신이 가져온 것이다. 자본주의 3.0시대엔 법만 지키면 됐다. 그러나 '자본주의 4.0' 시대에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존경을 받아야 한다. 남보다 노력해서 일군 부(富)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최소한 그들이 비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자본주의 3.0 시대에는 기업인들이 불법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본주의 4.0 시대에는 국민을 감동시키고 존경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