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흑의 名局

〈총보〉(1~233)=쿵제는 LG배와 인연이 깊은 기사다. 14회 때 이세돌을 꺾고 우승했고 지난해 15회 때도 파죽지세로 쳐 올라와 준우승을 차지했다. 2년 연속 결승진출이란 아무나 흉내 내기 힘든 실적이다. 박정상은 쿵제보다 이른 2006년 먼저 세계제패(19회 후지쓰배)를 이루었지만 최근의 흐름상 쿵제를 이기긴 힘들 것이란 게 대체적 예상이었다.

좌상과 좌하를 바꿔치기할 때만 해도 백이 다소 앞서가는 형세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흑은 경쾌한 스텝으로 치고 빠지며 착실히 점수를 쌓아나갔다. 85, 87은 '상당한 내공이 보이는 수'로 평가됐고, 95, 101의 응수타진도 교묘했다. 특히 119는 적진에 침투한 특공대를 선수로 살리는 가착(佳着)이란 극찬을 받았다.

반대로 쿵제는 84, 112 등의 문제수를 남발하는 등 평소의 예리함이 실종된 채 무릎을 꿇었다. 커다란 훅이 빗나간 직후 번번이 카운터를 허용하는 전직(前職) 챔피언 같았다. 박정상에겐 기억에 남을 만한 명국이었다는 평. 끝으로 참고도 하나를 추가한다. 203으로 직접 1은 어땠을까. 7까지 살아갈 수는 있으나 실전보 211 자리를 내줘선 득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57…49, 68…54, 69…35, 210…1, 215…140, 233수 끝,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