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 증시 습격… 금으로 우르르

[미·유럽發 악재, 코스피 이틀간 106p 폭락]
전문가들 "한국 기업 탄탄… 공포에 휩쓸리지 말라"

미국발 악재에 국내 증시가 이틀간 1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5.01포인트(2.59%) 하락한 2066.26로 마감했다. 앞서 2일에 51.04포인트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틀간 시가총액 6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외국인은 이틀간 1조1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의 더블딥(double dip·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의 재정 상태에 대한 불신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의 빚잔치로 경기 둔화 우려

최근 코스피지수는 하루에도 20~30포인트씩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그마한 악재가 나타나면 매물이 쏟아지고, 반대로 호재가 나타나면 매수가 이어지는 현상이 일정 기간 계속돼온 것이다.

그러다가 미국과 유럽에서 한꺼번에 날아온 악재에 증시가 폭삭 내려앉았다. 미국이 지난 1일(현지 시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면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줄이고 채무 한도를 늘리기로 하자, 미국 정부의 긴축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경제지표도 최악이었다. 같은 날 미국 공급관리협회가 발표한 7월 제조업지수가 2년 만의 최저치로 드러난 데 이어, 2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소비지출은 2009년 9월 이후 첫 감소세(전월 대비 0.2% 감소)를 나타냈다.

빚더미에 앉은 남유럽 국가도 악재를 보탰다. 이날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165%, 스페인 국채는 6.326%로 급등(채권값은 하락)하며 지난 1998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꿀 호재는?

전문가들은 일단 우리 기업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투자 심리만 개선된다면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한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쥐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안도감만 있다면 고용 및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선순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이익이 상반기와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있다"면서 "주가가 더이상 내려갈 만한 압력은 크지 않은 상태에서 호재가 있다면 언제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말에 발표될 미국 고용지표와 9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 부양책 논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금값 사상 최고치 행진, 왜? 언제까지?]
"안전자산은 금밖에 없다" 각국 중앙은행까지 사재기

금값 상승세가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일보다 온스당 42.2달러(2.6%) 오른 1661.2달러에 마감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달 29일의 1627.9달러였다. 2일의 상승폭과 상승률 모두 올 들어 최대치였다. 올해 최저점인 지난 1월 27일의 온스당 1313.9달러와 비교했을 때 347.3달러(26.4%) 급등했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 금 선호 높아져

금값이 오른 건 미국의 더블딥(경기 이중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안전 자산인 금을 사려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금은 달러 표시 채권 대신 투자하는 대체 자산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금값이 오른다.

전날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을 매입했다는 소식도 국제 장에서는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한은은 2일 7월의 외환보유액 현황을 발표하면서 "지난 6~7월에 금 25t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금을 적게 가진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면서 앞으로도 계속 금값이 오를 것으로 투자자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온스당 2000달러 전망까지 나와

CNN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값이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때는 1980년 1월의 온스당 825.5달러였다. 현재 가치로 환산해볼 때 온스당 2211달러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도이체방크는 "내년 초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은 올 4분기(9~12월)에 금값이 18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금 수요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바람에 작년 금 수요는 9% 증가했지만 공급은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각국 중앙은행은 과거 20년간 금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지만, 미국의 국채 가치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자 2009년부터 매수로 돌아섰다. 중국 인민은행의 경우, 지난 2008년에 600t이던 금 보유량을 2010년 말 현재 1054t까지 늘렸다.

하지만 금값이 마냥 오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들이 그동안 폈던 경기 부양 정책을 마무리하고 금리를 올릴 경우 채권 투자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경기 침체 종료 신호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