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巨物 맞대결

〈제1보〉(1~19)=세상엔 이름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치인, 관료, 학자, 스포츠맨, 연예인 등 직역(職域)에 따라 호칭도 거물, 엘리트, 대가(大家), 스타 등으로 다양하게 바뀐다. 하지만 이창호나 구리(古力)쯤 되면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무난히 소화가 된다. 결승전 카드로나 어울릴 두 거물이 1회전서 마주쳤다. 이창호(1, 3, 5, 8회)와 구리(13회)는 LG배 전 챔피언이기도 하다.

홀짝을 맞힌 구리가 망설임 없이 흑을 선택한다. 덤(공제)이 7집 반인 자국 룰에 익숙해져 있는 중국 기사들로선 6집 반의 덤은 흑이 훨씬 좋다고 여길 만하다. 7로 전개해 초반은 또다시 중국식 포진이 펼쳐지고 있다. 하도 단골로 등장해 식상할 정도다. 10으로는 참고도 백1의 역협공도 한때 유행했다.

이창호는 10으로 뛰어들어 18까지 '18급 정석'으로 불리는 가장 알기 쉬운 길로 먼 여행길을 시작했다. 거물급일수록 평이함을 추구한다는 건 매우 교훈적이다. 여기서 흑이 '가'로 중앙을 확장하면 백은 '나'로 어깨 짚어 삭감해가는 수순이 상형(常型). 하지만 3분 만에 19가 놓였다. 하변과 우변 모두 챙기려는 의지가 읽힌다. 작전의 기로를 맞이한 백은 여기서 어디로 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