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00 깨질 수도… 폭락장 장기화 되지는 않을 듯"

미국의 부채 한도 상향 법안이 통과된 이후 전 세계 증시가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는 사흘간 7.25%나 곤두박질치면서 심리적 공황 상태를 보이고 있다. 왜 한국 증시가 더 심하게 몸살을 앓는 걸까.

①한국 증시가 유독 많이 떨어진 이유는 뭔가

경기 침체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같은 수출국들의 증시가 특히 많이 빠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과 중국은 각각 11.5%, 24.1%인데 비해 한국은 43.5%에 이른다.

②수출 비중이 비슷한 대만보다도 한국 증시가 더 많이 떨어졌는데…

최근 사흘간 대만 자취엔지수는 4.48% 하락해 우리보다 하락폭이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만 기업들은 중소기업·부품 위주인 데 비해 한국은 대기업·완제품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도 대만보다 한국 기업들에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 4일 일본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의사를 밝히자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전날보다 3% 이상 상승(엔화 가치는 하락)하며 달러당 80엔대에 육박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③외국인들이 계속 내다팔 걸로 보나

외국인은 4일 하루에만 4400억원, 최근 사흘간 1조7000억원 가까이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그래서 외국인이 '셀 코리아(sell Korea)'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현물은 팔고 선물을 사는 행태를 보여왔는데, 최근 들어 선물 시장에서도 '팔자'로 돌아선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자면 그동안 투자한 한국 주식과 원화 가치가 상당히 오른 상황이다. 그래서 악재가 불거질 때 그동안 얻은 차익을 얼른 실현해서 챙기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또 한국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좋은 탓에 글로벌 악재가 터질 때마다 외국인들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주식을 더 빨리 팔아서 현금화해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④주가가 2000 밑으로 내려갈까

지금 증시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보다는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증시가 반등하지 않는 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오르고 덜 떨어졌다는 측면에서 볼 때도 추가 하락의 여지는 있다. 최근 사흘간 급락에도 불구하고 4일의 코스피지수는 최근 1년간 가장 낮았던 주가에 비하면 여전히 17.6% 높다. 대만(9.8%), 중국(4.6%), 홍콩(7.4%)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2~4배 높은 수익률이다.

고점과 비교할 때도 4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최근 1년간 최고점(2231.47)에 비해 10.5% 떨어진 정도에 불과하다. 홍콩(-14.2%), 일본(-12.8%), 중국(-18.7%) 등 다른 나라 증시보다도 덜 떨어진 상태다.

⑤앞으로 어떤 변수가 중요한가

단기적으로는 5일(현지시각) 발표되는 미국의 고용지표와 다음주 초 발표되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다. 이런 지표가 좋지 않게 나온다면 투자 심리가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다른 큰 변수로는 미국 연준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하느냐의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