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재임 중 두배 빨리 노화

“50세가 되는 것이 진짜 좋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내 머리가 점점 희게 변하고 있는 것만 빼고는 말이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만 50세 생일을 맞았다. 오바마의 푸념처럼 그는 취임 초기에 비해 흰 머리가 훨씬 늘어 반백(半百)이 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오바마의 조로(早老)한 모습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40대의 젊은 기수’에서 ‘중후한 50대’로 이미지 변신을 꾀해 내년 대선에 대비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일반인에 비해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늙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CNN 뉴스는 4일 노화(老化) 전문가이며 리얼에이지닷컴(RealAge.com)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마이클 로이즌 박사의 견해를 바탕으로 대통령은 실제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로이즌 박사는 미국 26대 대통령인 테오도어 루즈벨트 시절부터 대통령의 건강 기록을 조사한 인물이다. 그는 이 조사를 바탕으로 미국 대통령은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일반인에 비해 두 배나 빨리 늙는다고 주장한다. 8년 동안 재임한 대통령이라면 그의 건강상태는 16년 나이를 더 먹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로이즌 박사는 “문제는 대통령이 되면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가 사라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에게 털어놓고 상담을 받는 것인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대통령은 이렇게 할 수 없다. 심지어 정책에 따라서는 평소 친구라고 믿었던 이들조차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이 적지 않다. 로이즌 박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 기록이 충분하지 않아 정확한 실제 나이를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발표된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감안하면 그가 백악관에서 보낸 1년은 대략 보통 사람의 2년에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화 전문가들 가운데 로이즌 박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미국 은퇴자협회 의장을 맡고 있는 아일린 크리민스 박사는 “대통령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긴 하지만 그들은 원래 그런 환경에서도 잘 지내는 사람들”이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는 전문가들도 충분히 있다”고 반론을 펼쳤다. 그는 93세까지 산 레이건이나 86세가 된 카터, 87세가 된 조지 부시 전 대통령들처럼 장수한 이들의 사례를 들며 “대통령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