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도 실릴만한 독창적 연구만이 살 길"

"과학자는 독창적 연구,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교과서에 실릴 연구를 해야 합니다."

작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일본 홋카이도대 스즈키 아키라(81) 명예교수는 팔순 나이가 믿기지 않게 정정했다. 두 눈썹만 하얗게 세었을 뿐이다. 그는 1979년 고혈압약과 항암제 등 신약 합성에 쓰이는 일명 '스즈키 커플링'을 개발, 지난해 미국 퍼듀대 및 델라웨어대 교수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방한은 홋카이도대가 최근 서울사무소를 개설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홋카이도대에서 학·석·박사과정까지 마친 뒤 33년간 교수로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과학부문에서만 노벨상 수상자 15명을 배출했다.

"이공계 기피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문과생은 법학을, 이과생은 의학을 선호해요. 하지만 행복이 돈으로 충족되는 건 아니죠. 그러니 나 같은 나이 든 과학자들이 '자연과학의 즐거움과 필요성'을 열심히 알려야 해요."

스즈키 교수는 인생 길잡이의 하나로 미국 퍼듀대 브라운 교수를 꼽았다. "31살 홋카이도대 조교수 시절 브라운 교수의 책을 봤어요. 탄소와 붕소를 결합해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법에 관한 것인데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어서 밤새워 다 읽었어요. 그러곤 편지를 보냈죠. '같이 연구하고 싶다'고." 그는 "이후 브라운 교수와 2년간 일했는데, 그분은 늘 독창적 연구를 강조했고 그게 내 평생의 연구철학이 됐다"고 했다.

스즈키 교수는 3일 경기과학고에서 가진 강연에서도 "내가 연구한 '유기 붕소화합물'은 다른 화합물과 반응하기 어려워 연구하는 학자가 적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성과를 얻었다"고 했다. '독창과 성실'이 과학자 최고의 덕목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