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금고지기, 화환 들고 부활

전일춘이 북한 매체에 노출된 것은 작년 12월 중순 김정일의 평양시내 현지지도에 동행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전일춘은 작년 초 조선족 기업인 박철수 주도로 만들어진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사)과 국가개발은행(이사장)에 관여해왔다. 북한이 외자 유치를 해보겠다며 거창하게 출범시킨 기구들이지만 유치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이 개점휴업 상태인 대풍그룹과 국가개발은행 건을 놓고 전일춘을 질책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당 39호실장인 전일춘에게 화환을 들고 걸어가게 한 것은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게 누구야?"

지난달 27일 북한 주요 인사들의 동선(動線)을 추적하는 안보부서 관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한 고위 간부들이 '전승기념일'(정전협정 체결일) 58주년을 맞아 평양의 대성산 혁명열사릉을 참배하는 장면을 담은 조선중앙통신 사진 속에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열사릉을 향해 걸어가는 고위 간부들 앞에서 '김정일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일춘 노동당 39호실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대형 화환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정일의 고교(남산고급중학교) 동창인 전일춘(70)은 작년 초부터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장을 맡아왔다. 39호실은 해외 지부 17개, 무역회사 100여개를 두고 매년 2억~3억달러를 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