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서 4승, 부르면 나가 던져… 야구판서 부르면 언제든 나갈 것"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하면 떠오르는 추억의 이름 세 글자가 있다. '무쇠팔', '황금팔'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최동원(53) 전 KBO 경기감독관이다. 고교야구 인기가 뜨거웠던 1976년 31회 대회 때 최동원씨는 모교인 경남고 우승과 함께 최우수 투수로 뽑히는 영광을 맛봤다. 고교선수권 최다 우승교인 경남고는 이번 66회 대회에서 'V10'을 노리고 있다.

최씨는 8일 전화 통화에서 경남고가 8강에 진출했다는 얘기를 듣고 "경남고와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은 인연이 남다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경남고와 군산상고의 고교야구 '레전드 매치'에 눈에 띄게 마른 모습으로 나타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팬들은 왕년의 한국 최고 투수의 건강을 걱정했다. 2007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던 그였기에 투병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최씨는 "아픈 것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잘 지내고 있지요. 오랜만이네요. 지난달 통화했지만, 요즘은 하루만 지나도 오랜만인 겁니다. 지금 강원도 쪽 공기 좋은 곳에서 산도 오르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자꾸 투병설이 나도는데요.

"아직도 그런 소리 해요? 멀쩡한 사람 환자로 만들면 나중에 어떡하려고 그러는지…. 체중이 100㎏까지 나가서 갑자기 살 빼는 바람에 그런 건데 그걸 갖고…. 다른 얘기 합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을 얘기할 때 1976년 최동원 선수 얘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벌써 35년이 지났네. 세월 참 빨리 가네요. 우리 학교가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과 인연이 많았어요. 청룡기는 권위도 높고 역사도 오래돼 더욱 욕심을 냈죠. 1학년 때는 후보, 2학년 때는 팀이 예선 탈락해 기회를 못 잡다 3학년 때 간신히 출전 기회를 얻었어요."

―당시 5경기에 나와 4승을 거뒀고, 2경기는 완투, 2경기는 완봉승이었습니다.

"그땐 위에서 던지라면 팔이 빠지라 하고 던졌지. 첫 경기 빼곤 나머지 4경기를 다 던졌어요. 뭐 나만 그랬나. 그땐 다 그랬지."

(최동원은 5경기에서 37이닝 56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평균 자책점이 0.24에 불과했고, 이닝당 탈삼진은 1.51개나 됐다)

―기록지 보니 방망이 솜씨도 좋던데요. 첫 경기에서 3루타도 때리고, 도루도 했더군요.

"1회전 땐 타자들이 1회에 6점을 뽑아주는 바람에 2회부터 수비(우익수)를 봤어요. 고교야구는 원래 투수 겸 4번 타자가 많잖아요."

―군산상고와의 승자 결승에선 20탈삼진을 기록하고, 최종 결승 때는 완봉승을 거뒀는데요.

"군산상고 하면 '역전의 명수'잖아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던진 결과 같아요."

―경남고 입학 때 팔 보험도 드셨던데요.

"아버님이 '나이가 어리더라도 스스로 관리를 잘하라'면서 해주셨어요. 부모님 덕분에 일찍 몸 관리 요령을 깨우친 것 같아요."

―얼마 전 KBO 총재로 추대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경남고 동문이신데요.

"기별(期別) 야구 모임 때 자주 나오셨어요.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분입니다. 야구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시고요. KBO 총재도 잘하실 겁니다."

―참 이길상 전 경남고 야구부장도 구 회장과 함께 이번 대회 경남고 경기를 보시던데요.

"그래요? 야구부장을 30년 가까이 하셨어요. 정말 뵌 지 오래됐네. 아직도 정정하신가요? 고교 시절엔 쉴 새 없이 훈련만 했어요. 학교에서 던지고, 집에 와서 낮에 한 만큼 또 던지고…"

―빨리 야구판으로 돌아오셔야죠?

"지금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러주면 가야죠. 프로뿐 아니라 사회인 야구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아요."

통화 말미에 "정말 건강은 괜찮으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짧은 한숨을 내쉬던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다음 "괜찮아요. 나중에 몸 회복되면 서울 가서 소주 한잔하기로 했잖아요. 기다리세요"라고 했다. 최동원씨의 목소리는 예전보다는 힘이 없고 가라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