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형 조영남 찬송가 듣고 홀딱 반해 "나도 저 사람처럼 노래하고 싶다" 결심
입력 : 2011.08.09 03:03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2] 다시 노래의 길로
기타 둘러 멘 조영남 멋져 보여 대학 가자마자 통기타 사서 독학
내 40년 음악 인생 시작일 줄이야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린이 노래자랑 예선에서 탈락한 이후로 한동안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노래를 버릴 수는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팝송을 즐겨 들었다. 팝송을 다룬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면 무엇이든 들었다. 큰아버지 댁에도 종종 놀러 갔다. 사촌 형이 팝송을 좋아해 LP가 많았다. 거기서 미국 포크 가수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보컬 그룹 플래터스(Platters) 등의 음반을 듣고 또 들었다.
유재석처럼 메뚜기를 닮아 '메뚜기 선생님'이란 별명을 가졌던 대광중학교 안영선 선생님도 다양한 음악을 가르쳐 주셨다. 그 덕에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클래식과 각 나라 민요는 물론 패티 페이지(Patty Page), 짐 리브스(Jim Reeves), 냇 킹 콜(Nat King Cole), 마티 로빈스(Marty Robbins), 팻 분(Pat Boone),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등의 노래를 열심히 들었다.
그 결과 당시 미국 빌보드차트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지금도 기억한다. 예컨대 1962년 6월 2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는 레이 찰스(Ray Charles)의 '그대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요(I can't stop loving you)'다. 일부러 외운 게 아니라 절로 외워진 기록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팝송 200여 곡을 외워 부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비로소 후유증을 버렸다. 어머니의 권유로 들어가게 된 서울 동신교회 고등학생 성가대에서다. 내 인생의 첫 전환점이었다. 거기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조영남 형의 역할이 컸다. 그는 성가대 2년 선배였다. 당시 동신교회 성가대는 유명했다. 성신여대 이단열 교수가 성가대 총무, 이응파 장로가 지휘자였다. 6년 연속 서울 찬양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성가대원 중에서도 조영남은 유별났다. 종종 솔로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래로 사랑받는 경우는 두 가지다. 목소리가 좋거나, 목소리는 별로인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 그는 목소리도, 노래도 좋았다. '세상에 저런 목소리가 있구나' 생각했다.
유재석처럼 메뚜기를 닮아 '메뚜기 선생님'이란 별명을 가졌던 대광중학교 안영선 선생님도 다양한 음악을 가르쳐 주셨다. 그 덕에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클래식과 각 나라 민요는 물론 패티 페이지(Patty Page), 짐 리브스(Jim Reeves), 냇 킹 콜(Nat King Cole), 마티 로빈스(Marty Robbins), 팻 분(Pat Boone),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등의 노래를 열심히 들었다.
그 결과 당시 미국 빌보드차트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지금도 기억한다. 예컨대 1962년 6월 2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는 레이 찰스(Ray Charles)의 '그대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요(I can't stop loving you)'다. 일부러 외운 게 아니라 절로 외워진 기록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팝송 200여 곡을 외워 부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비로소 후유증을 버렸다. 어머니의 권유로 들어가게 된 서울 동신교회 고등학생 성가대에서다. 내 인생의 첫 전환점이었다. 거기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조영남 형의 역할이 컸다. 그는 성가대 2년 선배였다. 당시 동신교회 성가대는 유명했다. 성신여대 이단열 교수가 성가대 총무, 이응파 장로가 지휘자였다. 6년 연속 서울 찬양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성가대원 중에서도 조영남은 유별났다. 종종 솔로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래로 사랑받는 경우는 두 가지다. 목소리가 좋거나, 목소리는 별로인데 노래를 잘하는 사람. 그는 목소리도, 노래도 좋았다. '세상에 저런 목소리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 감동은 내가 고1 때 극적으로 다가왔다. 고난주간 예배 시간에 조영남이 솔리스트로 나섰다. 어른들 예배 시간에 고3생이 특송을 부르는 일은 흔치 않다. '예수 나를 위하여'란 제목의 찬송가를 불렀다. 600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데 3명 중 1명꼴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한 고등학생의 찬송가가 200여명을 울린 것이다.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 같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노래해 봤으면'.
기타에 대한 욕심도 그를 통해 얻었다. 조영남이 대학생이 된 뒤 성가대에서 다 같이 야유회를 간 적이 있다. 그때 그가 기타를 가져왔다. 기타 파는 집이 서울에 두 군데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기타를 가까이서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기타를 둘러메더니 '목화밭(Cotton Fields)'을 불렀다.
조영남이 멋있게 생긴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 그가 참으로 멋있고 근사해 보였다. 꼭 딴 세계에서 온 사람 같았다. 그날 종일 뒤를 따라다녔다. "기타 한번 만져보자"고 부탁했다. 그는 "음이 변한다"며 주지 않았다. "가만히 안고 있겠다"는 확약을 받아내고서야 그는 기타를 건넸다.
기타를 안고 그에게 물었다. "형처럼 기타를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해?"그가 말했다. "야, 그런 거 물어보는 놈치고 제대로 기타 치는 놈 못 봤다."그때 다짐했다. 대학 들어가면 꼭 기타를 배우겠다고.
실제로 의대 합격자 발표 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입학 선물로 기타를 사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가문에 그런 풍각쟁이는 없다."어머니를 통해 조르고 조른 끝에서야 비로소 통기타를 살 수 있었다.
기타를 사고 바로 종로 음악학원에 등록했다. 두 달치 강습료를 선불로 냈다. 하루라도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학원에서는 '애수의 소야곡''울고 넘는 박달재'같은 곡들만 가르쳤다. 내가 치고 싶은 곡은 따로 있었다. 이틀 만에 그만두고 집에서 기타 교본으로 독학했다. 40년 넘는 음악 생활의 시작이었다.
[키워드]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세시봉
기타에 대한 욕심도 그를 통해 얻었다. 조영남이 대학생이 된 뒤 성가대에서 다 같이 야유회를 간 적이 있다. 그때 그가 기타를 가져왔다. 기타 파는 집이 서울에 두 군데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기타를 가까이서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기타를 둘러메더니 '목화밭(Cotton Fields)'을 불렀다.
조영남이 멋있게 생긴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 그가 참으로 멋있고 근사해 보였다. 꼭 딴 세계에서 온 사람 같았다. 그날 종일 뒤를 따라다녔다. "기타 한번 만져보자"고 부탁했다. 그는 "음이 변한다"며 주지 않았다. "가만히 안고 있겠다"는 확약을 받아내고서야 그는 기타를 건넸다.
기타를 안고 그에게 물었다. "형처럼 기타를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해?"그가 말했다. "야, 그런 거 물어보는 놈치고 제대로 기타 치는 놈 못 봤다."그때 다짐했다. 대학 들어가면 꼭 기타를 배우겠다고.
실제로 의대 합격자 발표 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입학 선물로 기타를 사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가문에 그런 풍각쟁이는 없다."어머니를 통해 조르고 조른 끝에서야 비로소 통기타를 살 수 있었다.
기타를 사고 바로 종로 음악학원에 등록했다. 두 달치 강습료를 선불로 냈다. 하루라도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학원에서는 '애수의 소야곡''울고 넘는 박달재'같은 곡들만 가르쳤다. 내가 치고 싶은 곡은 따로 있었다. 이틀 만에 그만두고 집에서 기타 교본으로 독학했다. 40년 넘는 음악 생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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