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세상에서 공짜가 가장 비싼 법이죠"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오는 24일 실시되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불참하자는 운동을 벌이는 데 대해 "주민투표를 외면하면서 어떻게 참여민주주의를 얘기할 수 있느냐"며 "불참운동은 야당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9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주민투표는 보수 진영의 '지속가능 복지(단계적 무상급식)'와 진보 진영의 '과잉복지(전면적 무상급식)'를 놓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정책 투표인데 민주당이 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야권이 말하는 복지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두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과잉복지"라며 "세상에 공짜만큼 비싼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전면적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데 대해서도 "(인기에 영합해) 다수당이 되고 재집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원칙과 정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33.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유효하다. 야권은 불참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유효 투표율 달성이 가능할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서 이번 주민투표를 마치 아이 밥 한 끼 먹이는 걸 막는 문제로 폄하하면서 투표 불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진보 진영은 그동안 참여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정체성처럼 강조해오지 않았나. 그들이 말하는 참여 민주주의의 품격 있는 형태가 주민투표다.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투표 불참 운동도 대응방식 중 하나 아닌가.

"아니다.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은 것이고, 그다음이 원칙 있는 패배'라고 했다. 원칙 없는 승리는 원칙 있는 패배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작년 지방선거 (승리를) 가지고 마치 자신들이 내건 보편적 복지가 관철됐다고 견강부회하며 집권플랜의 요체로 꼽아오다 막상 민심을 얻지 못하자 다급해져 불참 운동을 벌이고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소득 하위) 70% 복지' 등 '좌(左)클릭'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나라 사정이 좋다면 '100% 복지'도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목표를 감안할 때 지금 대한민국의 재정 형편은 '50% 복지' 이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위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샐러리맨들도 일부 무상복지에 공감한다는 말이 있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에 공짜만큼 비싼 건 없다. 열 개를 공짜로 얻으려다 세금으로 백 개를 내놓아야 할 수 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복지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나도 복지확대에 찬성한다. 문제는 지금 정치권이 추구하는 복지확대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복지확대는 양극화 때문에 화두가 됐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복지가 담론이 돼야 하는데, 정치권은 정작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계층에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나라당마저 일부 그런 흐름에 동조하려는 기색이 보여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시장직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

"시장직을 걸면 투표율은 확실히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내 거취를 걸면 당장 (투표율 제고 등의)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정책투표라는 사안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직(職)을 거는 게 바람직한지는 고민 중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오 시장에 대한 명확한 지지 입장을 보이진 않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박 전 대표 측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복지철학인 생애주기별 복지와 내가 추구하는 지속가능 복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어느 순간에는 도와주시리라 믿는다."

―오 시장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주민투표를 정치적 승부수로 삼고 있어 친박 진영이 유보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현재 5~8%에 불과한데 무슨 대선전략인가. 그런 생각은 야권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다. 한나라당에도 과잉복지를 용인한 채 재집권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