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구리流

〈제4보〉(51~63)=구리(28)의 현재 자국 랭킹은 4위. 중국 톱스타라고 부르기엔 다소 부담스럽지만, 구리만큼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중국 기사도 없다. 동갑내기 이세돌과 견줄 만한 화려한 감각과 전투력이 압권이다. 이 점에선 그의 국내 라이벌 쿵제(孔杰)도 구리를 당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녜웨이핑(?衛平)-마샤오춘(馬曉春)-창하오(常昊)의 적통(嫡統)을 잇는 중국 일인자 계보에 구리를 떠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51에 붙여 하변 백 공격에 나선 장면. 일견 통렬한 강습으로 보였으나 문제수란 진단이 내려졌다. 참고1도 1로 시원하게 뛰어나가는 수가 대세점이란 것. 9까지 선수(先手)로 살려줘도 불만 없는 결말이었다. 선악을 떠나 51은 먼저 공격을 떠올리는 구리류(流)를 보여준다. 이세돌이라도 그렇게 두었을 것 같지 않은가.

53으로 참고2도 1은 고지식한 수로 6까지 백의 만족이다.60까지 쌍방의 고집이 묘한 균형을 이뤄냈다. 이제는 흑61 보강이 불가피할 때 백도 62로 지켜 한시름 놓았다. 하변 전투가 일단락되고 63으로 걸쳐간 순간 백은 한없는 장고에 빠져든다. 복잡하게 얽힌 장면도 아닌데 이창호는 무엇을 그리 고민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