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과일·굴비값… 추석 물가 큰일

"벌써 과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한 달 뒤면 예년보다 20~30%는 더 오른다고 하더라고요. 가격 오르면 손님부터 떨어질 텐데 추석 장사가 걱정됩니다."

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청과점을 운영하는 김용순(63)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올 들어 폭염과 장마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가 시원치 않았는데, 태풍 때문에 추석 선물용 과일의 주종을 이루는 배와 사과 피해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상인은 "이번 한가위가 '한(恨)가위'가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추석 물가가 비상이다. 특히 피해가 큰 배의 경우 30% 정도 값이 오를 전망이고, 채소류 역시 예년보다 10% 이상 올랐다. 품질 좋은 물량도 부족할 것으로 보여,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재래시장 상인들도 물량 확보전에 나섰다.

◆소고기류를 제외하곤 추석용품 최대 30% 오를 듯

올 추석은 고(高)물가에 기상 악화 악재까지 겹쳐 제수용품 가격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추석(9월 12일)이 지난해보다 열흘 빨라지면서 과일 등의 수확량이 부족한 데다 이른 장마와 태풍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 초 주요 가공식품 가격도 예년보다 10% 가까이 올라 추석 상 차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굴비를 만드는 참조기의 경우 어획량이 예년보다 20~30% 줄면서 굴비 가격 역시 10%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특히 굴비 간을 맞추는 천일염의 경우 일본 원전 사태 이후 사재기 등으로 가격이 2배 이상 뛰었다. 전을 만드는 애호박의 경우 9일 서울농수산물유통 공사 기준 1개당 169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96원보다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 오이의 경우 10개 기준 지난해 7396원에서 올해 8255원으로 1000원 가까이 올랐다. 롯데마트 김민석 과장은 "정육의 경우 출하물량이 확대되면서 예년보다 가격이 5~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의 과일 등은 공급량도 부족한데 유통업체 간 경쟁까지 치열해 최대 30%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물량 확보 비상, 대체 상품 늘려

송종현 홈플러스 사과담당 바이어는 추석에 내놓을 제품 확보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산지조사에 나섰다. 봄 냉해 등 이상 기온 현상으로 작년부터 사과 품질이 좋지 않았는데, 올 들어 장마와 태풍까지 겹친 탓이다. 송종현 바이어는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선물세트를 모두 포장하기 전까지는 산지에 계속 체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농산 MD(상품기획자)를 기존 5명에서 올해 9명으로 늘려 산지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박기범 농산CMD(선임상품기획자)는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의 사과와 배 상태를 다시 점검하기 위해 11일 출장을 가는데, 7월 초부터 시작해 벌써 출장이 12번째"라며 "올해는 최상급 품질의 제품을 구하기 쉽지 않아 유통업계가 물량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정육이나 한·EU FTA로 가격이 낮아진 와인 등 대체 상품군은 예년보다 20~30% 정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