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저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요?"

매미와 독경(讀經) 소리가 법당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400년 된 느티나무 아래 사람들이 햇빛을 피해 쉬고 있었다. 10일 오후 서울 삼각산 자락의 화계사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가톨릭 베네딕도회 소속 수사(修士) 8명이 2박3일 템플스테이를 온 것이다. 독일·스위스·탄자니아 등 국적도 다양한 수사들은 참선, 108배, 포행(布行·천천히 걸으며 참선하는 것), 다도 등 불교 수행법과 한국 전통문화를 배운다.

"불교의 핵심은 수행을 통해 절대 자유의 나를 발견하는 데 있어요. 저는 스님이고 여러분은 수사님이지만, 불교에서는 처음부터 원래 그렇다, 이런 것은 없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주지 수암 스님은 수사들과 차담을 나누며 다리부터 뻗고 앉게 했다. 스님은 "여러분께 '어떻게 하면 천당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걸 숙제로 내겠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화계사 있는 동안, 진정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스스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크리스티안 테무(40) 수사신부는 "불교 승려도, 베네딕도회 수사도 영어로는 모두 'monk(수도승)'"라며 "우리 모두가 천당 가는 게 목표인데, 답을 못 찾으면 주지 스님한테 여쭤봐서라도 꼭 천당에 가겠다"며 웃었다.

법당에서는 절하는 법 등 예절 교육이 진행됐다. 4명씩 두 줄로 서서 목탁 소리에 맞춰 절을 해 보지만, 서너 번 반복한 것만으로 다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한국인 불자들 틈에 섞인 파란 눈의 수사들은 공양간에서 두 손 모으고 식사 기도를 했다. 가끔 젓가락 떨어뜨리는 소리도 들렸지만 밥 한 톨 남기지 않았다. 독일 엘리아스 아이클러(25) 수사는 "수도원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육식을 하지 않아 채식이 익숙하다. 사찰 음식도 맛있고 좋다"고 했다.

사찰 벽화를 둘러보며 불교 역사와 정신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 수사들은 유독 '환생'이라는 개념을 흥미로워했다. 스위스 출신 요하네스(36) 수사가 "저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요" 하고 묻자 혜통 스님은 "독일 사람이었을 수도, 한국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요. 동물이었는지도 몰라요" 하고 답했다. 스님과 수사들이 마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저녁 공양 전 스님들과 수사들은 천천히 걸으며 참선하는 '포행'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