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전망 불확실, 원금 불안전, 이자 불만족)시대 재테크, 절반은 현금 쥐고 굴려라"

미국발 악재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요즘 같은 시기는 말 그대로 '재테크 암흑기'다. 기존 주식·펀드 투자자들은 연일 뚝뚝 떨어지는 수익률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10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14.84%로 곤두박질 쳤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6% 넘게 떨어지면서 시가총액 184조원을 증발시켰다. 아무리 둘러봐도 '돈 벌 구멍'이 보이지 않는 현 자산시장 상황을 여의도 증권가에선 '3불(不) 시대'라고 표현한다. 주식 변동성이 커지면서 향후 전망이 불(不)확실해졌고, 원금 손실을 위협받아 불(不)안전해졌으며, 예금 이자는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불(不)만족스러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3불 시대'의 공포를 기회로 바꾸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기존 투자자: 현금 비중 50%로

주식·펀드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서 탈출해야 하는지, 아니면 계속 발을 담그고 있어도 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여윳돈으로 장기투자한 고객들이라면 마이너스 수익률에 흔들릴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도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한 만큼 코스피지수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 비중을 줄이는 매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이 예전에 비해 낮더라도 조금씩 처분해서 현금 보유 비중을 50%까지는 높여두라는 것이다. 주식·펀드 등 투자 상품에 자금을 전부 몰아넣지 말고 절반 정도만 담그는 이른바 하프인(half-in) 전략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도 "향후 자산시장은 마치 최근 기상이변 사태와 같이 큰 변동성에 시달릴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진정될 때마다 조금씩 정리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날 공포에 휩싸여 처분하는 것은 피하라고 강 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최근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하루에도 10% 가까이 빠지는 등 주가 움직임이 큰 만큼, 주가가 반짝 반등할 때를 이용하면 수익률을 1~3%포인트 더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투자자: 성장자산에 초점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투자 격언을 떠올린다면 요즘 같은 시기엔 저가 매수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지난 9일 주식을 사기 위해 대기 중인 투자자 예탁금은 21조7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단기간에 큰 폭의 조정을 받은 탓에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며 기웃대는 자금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악재가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저가 매수에 나서더라도 눈높이를 낮추고 일정 수익을 챙기면 과감히 털어내는 단기 매매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PB팀장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치고 빠지기’로 대응해야 한다”며 “펀드에 투자한다면 환매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되는 유형으로 가입해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팔아서 이익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지수 움직임에 연동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에 돈을 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김 팀장은 말했다. 2~3년 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고 조금씩 분할해서 씨(투자)를 뿌린다면 성장자산(Growing Asset)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성장자산이란, 미국 달러화 약세와 선진국 저금리 장기화가 계속되면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선진 기술주, 아시아 내수주, 신흥국 장기채, 금(金)과 구리 등이 꼽힌다. 이상대 삼성증권 상무는 “미국의 선진기술 기반 기업(애플·구글·아마존 등)들이 신흥국 소비 시장을 대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구도로 바뀔 것”이라며 “글로벌 환율 구도상 이머징 수출 기업들은 예전처럼 돈을 많이 벌긴 힘들어져 내수 위주로 성장 동력이 바뀌고 이렇게 되면 아시아 내수주가 빛을 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면서 각국 정부가 달러 대신 원자재를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면 금(金)이나 구리 등이 성장자산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이 상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