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사자, 이제라도 찾아내야죠"

"우리 국가(國歌)인 애국가의 가사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직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죠.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고 학자들도 연구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12일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최애영(71) 전 뉴욕가정상담소 이사장을 만났다. '맨해튼 특별 리더십상' '아시안 아메리칸 아동·가정연합 올해의 봉사상'을 받는 등 미국 자원봉사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지금은 잊힌 광복 기념가 '해방의 노래' 악보를 꺼내 보였다. "음악 선생님이던 어머니가 광복 소식과 함께 태극기를 바느질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피아노로 가서 단숨에 노래를 만들었어요." '쇠사슬에 얽매였던 삼천리강산, 해방의 날이 왔네 삼천만 동포…'로 시작하는 노래다. 최씨 어머니의 친구가 한국으로 전해 광복 후 즐겨 불렸다고 한다. 악보엔 '1945년 8월 15일 상해'라고 적혀 있다.

최애영씨의 요즘 관심은 '애국가 작사가 찾기'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자료를 뒤져가며 작사가를 밝히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실은 그의 증조부이자 정동교회 초대 한국인 목사인 탁사(濯斯) 최병헌 선생이 작사가로 추정되는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확인되진 않았다. "제 증조부여도 좋고, 다른 사람이어도 좋죠. 아무튼 정부가 애국가 작사가를 찾는 일에 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올 들어서만 두 차례 한국에 와 탁사가 남긴 문집을 포함한 애국가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오래된 한국어로 쓰인 글들을 해석하는 일은 그에게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그래도 한국과 미국의 학자들을 만나며 규명을 위해 애쓰고 있다. 두 달 전엔 뉴욕의 한국 총영사관으로 가 그간의 내용을 요약한 자료를 전하며 "이걸 참고삼아 누구여도 좋으니, 반드시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최애영씨의 아버지는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자 만주로 갔고, 이후 톈진·베이징을 거쳐 상하이의 화학 공장에 자리 잡았다.

딸은 "내게 광복은 소독약 냄새로 기억된다"고 했다. 상하이 임정과 관계를 맺고 있던 아버지는 중국에 남은 한국 학도병들을 데려오곤 했다. 사나흘씩 집을 비운 아버지는 꾀죄죄한 학도병 10여명을 데려오면 어머니가 그들 머리를 밀고 소독약 푼 물에 목욕시킨 다음 죽을 먹였다고 한다. 후일 유엔에 취직한 아버지를 따라 상하이·대만·일본을 거쳐 미국서 자란 최씨는 학대받는 여성을 돕는 뉴욕가정상담소 이사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