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9급 공무원, 35년 만에 중앙부처 국장됐다

강원도 속초의 어부(漁夫) 집안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 내내 수재(秀才) 소리를 들었지만, 대학까지 갈 형편은 안됐다. 동생들을 학교 보내려고 고등학교 졸업 후 택한 길이 월급은 박하고 일은 산더미 같은 중앙부처 지방 사무소의 5급 서무(현재의 9급 행정직)자리였다.

오는 16일자로 보건복지부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사업단장에 임명되면서 국장으로 승진한 설정곤(54) 전 보건복지부 운영지원과장의 이야기다.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선 고졸 출신 차관도 있었지만 보건복지부에서 '고졸 국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속초고 졸업이 그의 최종 학력이다.

그는 타고난 성실함과 명석한 일처리로 '고졸'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왔다고 복지부 직원들은 말한다. 설 국장의 한 동료는 "어떤 일이든 빠르고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이라며 "고시 출신 동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업무 처리가 빠르고 정확하다"고 했다.

19세 말단 시절부터 두각을 보인 이런 업무 능력 덕분에 4년 만에 묵호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3년 뒤 부처의 예산 업무를 맡았다.

복지부의 핵심인 의료 정책, 보험 정책 실무를 했고 국무총리실·대통령비서실에서도 근무했다. 복지부 상사(上司)들로부터 "학위를 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그는 "건강 문제(고도 근·난시) 때문에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하기 힘들다"며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설 국장은 "학력 때문에 뭔가를 못 한다고 여겨 본 적이 없다. 국가도 나를 고졸이라고 차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사회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또 그런 사람을 알아 본다"면서 "나를 가로 막는 수많은 벽을 탓하기 전에, 내가 (벽을 뛰어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