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변수, 시장 불확실… 내 생각만 매몰되면 실패"

"채권 쪽이 별로 좋지 않아요. 이 전무가 맡아서 체계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세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전략담당 임원으로 일하고 있던 이용우 전무는 올해 3월 어느 날 김남구 부회장에게서 이런 지시를 받았다.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채권 부문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자 이 전무를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한 것이다. 경제학(서울대 경제학 박사)을 전공하긴 했지만 직접 채권 운용을 해본 경험이 없는 이 전무를 채권운용본부장으로 발령한 것에 대해 사내외에서 '의외'라는 평이 나왔다.

그로부터 4개월, 이 전무가 이끄는 채권운용본부는 100억원 가까운 수익을 내며 지난해와는 확 달라진 성과를 내고 있다. 기준금리와 실세금리가 따로 노는 어려운 환경 탓에 대부분 증권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린 실적이라 더 눈에 띈다.

채권 분야에서 '초년병'인 이 전무는 채권운용본부를 맡자마자 부하 직원들에게 '소통'과 '시스템'을 강조했다. 아침마다 본부 전체 구성원이 모여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매일매일 기록해 어떤 의견이 맞고 틀렸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채권가격은 복잡한 경제변수와 시장환경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매니저가 자기 생각에만 매몰되다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채권과 관련한 이론은 경제학 교과서에 다 나와 있는데, 현실에서는 이런 오류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갈리는 것이지요. 이런 미세한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바로 자유로운 소통을 통한 노하우 축적에 있다고 봤습니다."

채권을 맡기 전 주로 전략·기획 분야에서 일했던 이 전무는 어떤 분야에서든 판세를 읽는 눈과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무는 "눈에 보이는 현상 아래의 큰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돼 심리학 책을 즐겨 읽는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소와 현대차를 거쳐 2002년 동원증권에 합류한 이 전무는 입사하자마자 동원증권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실무를 맡아 진행했고, 2005년 각 계열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하나로 합치는 CI(기업이미지통합) 작업도 총괄했다. 그중에서 이 전무가 가장 보람있게 생각하는 일은 한국투자증권 인수작업을 주도한 것이다.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대거 참여한 입찰전에서 동원지주가 12억원 차이로 경쟁사를 제치고 인수에 성공하면서 동원지주는 동원그룹의 자회사에서 명실상부한 금융전문그룹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이 전무에 대해 "맡은 일은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해결사'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월급쟁이야 다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항상 내가 오너(주인)라는 생각으로 일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