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다음날 한국이 도와주겠다 했지만 美 뿌리 깊은 관료주의 때문에 시간 걸려"

2001년 9·11 테러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당시 미국의 대응을 책임졌던 마이클 브라운(56) 전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최근 서울의 홍수와 산사태에 대해 "정부도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시민에게 투명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정직하지 못하면 자연재해가 인재로 바뀌고 복구는 더 힘들어진다"고 했다.

카트리나 당시 부적절한 대처로 여론과 정치권의 비난 속에 사퇴한 그는 "당시 미 행정부는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구호 장비들을 재해지역 뉴올리언스에 투입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했다"며 "정부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불리한 사실들을 감추는 짓을 했다"고 실수들을 인정했다.

실패로부터 배운 교훈에 대해 묻자 지도자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그는 "카트리나 당시 부시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다 현장을 보곤 비행기를 돌리려 해서 내가 전화 걸어 '당장 착륙해 현장에 오십시오'하고 요구했다"며 "지도자가 현장에 나타나 지휘 체계를 수립하는 게 초동 대처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또 대규모 자연재해와 인재 발생 시 국제적 협조가 절실하다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9·11 테러 다음 날 한국, 일본, 러시아, 이스라엘 등에서 구조팀 파견 제의가 와서 나는 '좋다. 받아들이자'고 했지만 뿌리 깊은 관료주의 때문에 국무부의 입국허가 등에 시간이 걸렸다"며 "국제 공조를 위해 정부 간 업무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