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폭락

'IT 강국(强國) 코리아'의 위상이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IT주가 대폭격을 맞았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만3000원(5.7%) 하락한 70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2009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하이닉스와 LG전자도 각각 12.2%, 6.1%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로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8.5%), LS산전(-4.5%), 삼성전기(-5.4%), LG이노텍(-4.4%) 등 다른 IT 대형주도 일제히 폭락했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12.8% 하락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한 달 새 23.1% 하락했던 2008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 위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이 겹쳐 투자 심리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에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라는 악재가 하루 시차를 두고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하드웨어에만 치중해온 한국이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IT 코리아의 위상 자체가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업황 부진 문제가 아니라 IT 패러다임 전환 시대에 한국 IT 기업들이 뒤처지고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날 미국의 IT 기업 델의 주가가 10% 폭락하고 애플이 샤프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주가 폭락 요인이 됐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요 IT 기업의 가치는 리먼 사태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당분간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현대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이전에는 3개월 단위로 주문을 내던 유통업체들이 지금은 한 달 단위로 주문을 내면서 삼성이나 LG 관계자들도 '다음 달이 안 보인다'고 할 정도"라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내년 상반기쯤에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