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공화국, 대한민국] 남편 몰래 퇴직금 손댔다 날리고… 폭락장에 더 샀다 쪽박차고…

서울에 사는 주부 안모(57)씨는 지난 8일 울면서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남편 몰래 남편의 퇴직금 일부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내용이었다. 특히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미수'를 쓴 것이 화근이었다. 안씨는 "반대매매(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파는 것)를 막으려고 남편에게는 '친구들에게 꿔준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에서 돈을 더 가져다 썼는데 그것도 이제 한계"라며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탄했다.

주식으로 '대박'을 꿈꾸며 무리하게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폭락하는 증시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기 돈만으로 주식을 산 사람들은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미수나 신용융자처럼 돈을 빌려 쓴 사람은 일정 기간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당하게 된다. 지난 1일 75억원에 그쳤던 반대매매 금액은 주가 폭락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 9일에는 311억원에 달했다.

지난 2009년부터 한국 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든 이후 빚을 내서 투자하는 투자자도 덩달아 늘어났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10월 1조858억원까지 떨어졌던 신용융자 잔액은 이후 꾸준히 늘어나 지난 7월 말 현재 6조3302억원에 이른다.

이달 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주가가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을 때도 이런 탐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부 투자자는 주가 하락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오히려 빚을 더 내 주식을 산 것이다.

신용융자와 미수에 따른 '깡통'이 속출하자 일부 증권사와 당국도 뒤늦게 투자자 보호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8일부터 신규 신용융자를 무기한 중단했다. 한국거래소는 투기성이 강한 레버리지 ETF(코스피지수가 1% 오르면 2% 수익이 나는 금융 상품) 거래가 폭증하자 22일부터 이 상품을 거래할 때 미수와 신용융자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