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구마노 히데오의 일본통신] 의료·복지로 성장한다고? 근로자만 가난해질 뿐

◆정부 규제가 원인이다

그러면 왜 의료·복지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낮을 수밖에 없을까. 큰 원인은 정부의 규제다. 예를 들어 병원은 기본적으로 환자가 의약품·의료 서비스에 대해 진료 보수에 따라 지급하는 의료 보험료로 운영하고 있다. 진료 보수는 정부가 관리하고 있고, 결정 과정에 사업자가 끼어들 수 없다. 그런 정부는 늘 의료·복지의 중심 고객인 고령자로부터 '가능한 한 자기 부담을 지고 싶지 않다'는, '보험료 인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 따라서 건강보험제도는 적자 체질이 되기 쉽고, 사업자도 큰 벌이를 할 수 없다. 의료·복지산업의 근로자 역시 사업자의 저수익 구조 속에서 노동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임금도 낮다.

그러면 서비스 분야의 사업자가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당연히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높은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의 공적 관리는 사업자에게 질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한의 질을 확보하면서 저비용으로 변통할 것을 강요한다.

◆일본의 생산성이 낮아지는 이유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의료·복지 분야에선 이노베이션을 일으켜 고품질·고가격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정되지 않았다. 특히 정권이 진보 성향이고 고령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일수록 의료·복지산업은 강한 규제 속에서 고수익 비즈니스를 추구하기 어려웠다.

고령화는 반드시 많은 노동력을 노동생산성이 높지 않은 의료·복지산업에 고정한다. 일본의 생산성이 점차 낮아지는 원인이다. 정치의 진보화, 수요의 고령화는 민간기업의 행동을 제약하는 경제의 성인병과 같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산업 발전에는 법칙성이 있다. 농업시대에서 시작된 산업의 역사는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공업시대로 진보했고, 다음 서비스사회로 이동했다. 경제의 서비스화는 '포스트 공업사회', 또는 '탈공업사회'라고 불린다.

산업의 세대교체는 노동시장에서 취업 인구의 이동 경로를 통해 측정이 가능하다. 일본의 취업자는 고도 성장시대였던 1990년대 초반까지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계속 증가했다. 이런 양상은 그 후 20년 동안 크게 바뀐다. 1990년 1464만명(구성비 23.7%)이던 제조업 취업자는 2010년 953만명(구성비 16.3%)으로 줄었다. 정점인 1990년에 비해 35% 감소한 것이다. 반면 서비스산업의 취업자는 크게 늘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노동 이동, 즉 서비스화(化)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시작된 경기 침체 국면에서 조용히 그리고 착실히 진행됐다.

◆서비스화는 고령화의 결과

산업의 서비스화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제조업에서 비(非)제조업으로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비스화란 서비스 산업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비제조업 가운데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계속 줄었다. 비제조업 중에서 독보적으로 취업자를 늘리는 산업은 사실 의료·복지산업에 한정된다. 2000년 423만명이던 의료·복지산업 취업자는 2010년 617만명으로 1.44배 팽창했다. 일본에서 서비스화는 국민의 수요가 의료·복지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면 왜 의료·복지산업, 정확히 표현하면 의료·보건·복지·개호 분야에 취업자가 집중된 것일까.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복지 요구가 강해지면서 전체 소비자의 수요 중심을 서비스 분야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다. 서비스산업이 매력적인 성장 분야이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고 산업이 커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의 고령화로 소비자의 지향점이 물건에서 서비스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을 뿐이다.

◆의료·복지의 낮은 생산성

최근 몇년 동안 일본 정부는 의료·복지 분야가 경제 성장을 위한 새로운 분야라고 선전하고 있다. 취업자의 증가세만 보고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큰 착각이다. 국민의 요구가 의료·복지로 옮겨 가면 당연히 그쪽에서 취업자가 늘어난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의 구조적 변화에 의해 단순히 노동시장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의료·복지산업에서 취업자의 1인당 노동생산성(명목 부가가치/취업자)은 현저하게 낮다. 2009년 의료·복지산업의 노동생산성은 342만엔. 전 산업 564만엔의 60%에 머물고, 제조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취업자가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에서 생산성이 낮은 의료·복지산업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일본 경제의 전체적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화는 근로자가 가난해지는 산업 변화인 것이다. 따라서 "의료·복지산업을 키우는 것이 일본 경제의 성장전략"이라는 말은 이상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