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NHK 서울특파원 기무라의 南山 전망대] 일본에 반출된 의궤, 프랑스가 가져간 것과 질이 다르다는데…

'일본 궁내청에 있는 조선왕조의궤를 비롯한 한반도 유래 도서를 인도(引渡)한다'라는 일본 총리 담화가 나온 지 1년. 국회 승인을 얻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연내에 겨우 '인도'가 이루어지는 단계가 되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45년 만에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외규장각 '왕립서고(王立書庫)' 규장각 별관인 만큼 왕만이 본 '어람용'(御覽用)이나 국내외에 1권밖에 없는 '유일본'(唯一本)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의궤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5년간 대여, 5년마다 갱신이라는 '렌털 형식'을 유감스러워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정치 외교적 해결책으로는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여하튼 외규장각 의궤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일본의 차례다.

작년 이래 나는 의궤에 관해 취재를 계속해왔다. 그 과정에서 일본이 반출한 의궤는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가 당시 일본 궁내성(宮內省)에 기증한 사실을 알았다. 한국 병합 후 총독부는 모든 의궤를 관리하에 두고 연번을 붙여 정리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2900권 정도의 의궤에도 당시대로 '조선총독부' 라벨이 붙어 있다.(덧붙이자면 그 옆에 새롭게 '규장각' 라벨도 있다). 총독부는 그 일부 167권을 1922년 궁내성에 기증했다. '기증'이라 해도 한국에서 보면 남의 것을 멋대로 자기 것으로 해서 훔쳐간 것과 다를 바 없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역사자료에 근거해서 표현하므로 양해를 바란다.

의궤는 똑같은 내용의 책이 5~9권 만들어졌다. 그것들을 관계 관청과 오대산(五台山), 정족산(鼎足山·강화도), 적상산(赤裳山), 태백산(太白山) 등 네 군데 사고(史庫)에 보관했다. 일부가 화재나 도난을 당해도 중요한 기록 자체는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궁내성은 의궤를 기증받는 데 있어서 총독부 참사관에게 의궤 권수를 조사시켰다. 작년 여름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그 참사관이 작성한 '의궤목록'이라는 문서를 발견했다. 각 의궤의 권수가 숫자로 적혀 있고, 1권밖에 없는 경우 '무'(無) 표시가 있었다. 궁내성은 이 결과를 받아 "4권 이상 있는 것을 양도받고 싶다"고 청했다. 현재 일본 궁내청에 보관되고 있는 의궤는 모두 복수 권 있는 의궤 중 1권이며, 장정(裝丁)이 호화스러운 '어람용'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번 취재로 처음 밝혀졌다.

오해를 막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나는 일본의 의궤 반출 자체를 정당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역사의 사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유출된 문화재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환수하겠다'고 하면서 반출 경로도 불분명한 모든 유출 문화재를 '약탈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도 "일본이 가져간 의궤는 귀중한 것이 많다"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들었다. 강화도를 공격해서 의궤를 전리품으로 가져가고 그 미술적 가치를 평가했던 프랑스와는 달리 일본은 복수 권이 있는 의궤에 한하여 1권씩 골라서 반출한 것은 '사실'이다.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알고 또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일본의 의궤 반출 목적은 무엇이었는가? 그 '사실'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