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정년퇴임 후 美로 재즈유학실용음악의 代父 정성조
입력 : 2011.08.20 03:32 | 수정 : 2011.08.20 15:33
"한국을 대표할 음악 한 곡 건져오고 싶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손주 돌봐주기 기대한 아들이 불만 많아
언젠간 서울에서 남북 정상회담 하겠죠?
그때 쓰일 연주곡 만들 것
중1 때 처음 잡은 색소폰을 53년간 연주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실용음악과'를 만들어 2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난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그리고 정성조(65)는 미국 뉴욕으로 재즈 유학을 떠났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창립교수이자 한국의 독보적인 재즈 뮤지션 정성조는 지난 18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 퀸스 칼리지에서 작곡전공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서다. 이 대학 작곡과의 마이클 모스맨(52) 학장은 정성조의 음반에 참여한 동료 뮤지션이기도 하다. 정성조의 아들이자 역시 재즈 뮤지션인 정중화(40·서경대 교수)가 이미 이 대학 작곡과에서 석사를 했으니, 아버지가 아들의 까마득한 후배가 되는 셈이다. 출국 준비로 바쁘던 그를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정년퇴임 후 유학'이란 새로운 출발 앞에서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2·3년 전부터 유학을 생각했었습니다. 퀸스 칼리지 교수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강의도 하고 함께 음악작업도 하자'고 제안했고, 저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실용음악 관련 책도 좀 쓰고요." 그는 "퇴임하면 손주하고 놀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아들이 불만이 많다"고 껄껄 웃더니,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창립교수이자 한국의 독보적인 재즈 뮤지션 정성조는 지난 18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 퀸스 칼리지에서 작곡전공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서다. 이 대학 작곡과의 마이클 모스맨(52) 학장은 정성조의 음반에 참여한 동료 뮤지션이기도 하다. 정성조의 아들이자 역시 재즈 뮤지션인 정중화(40·서경대 교수)가 이미 이 대학 작곡과에서 석사를 했으니, 아버지가 아들의 까마득한 후배가 되는 셈이다. 출국 준비로 바쁘던 그를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정년퇴임 후 유학'이란 새로운 출발 앞에서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2·3년 전부터 유학을 생각했었습니다. 퀸스 칼리지 교수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강의도 하고 함께 음악작업도 하자'고 제안했고, 저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실용음악 관련 책도 좀 쓰고요." 그는 "퇴임하면 손주하고 놀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아들이 불만이 많다"고 껄껄 웃더니,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조는 서울중 1학년 때 밴드부에 가입하면서 색소폰을 처음 접했다. 당시엔 선배들의 강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는 서울고 3학년 선배들이 중학교 신입생들 중에서 키 크고 덩치 좋은 애들을 무조건 밴드부로 '납치'해 갔어요. 처음 1주일은 걸음걸이와 경례법만 가르치고, 쓸 만하다 싶으면 그때 악기를 만지게 했죠."
서울고 3학년 때 그는 이미 '천재' 소리를 들었다.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길옥윤(1927~1995)씨의 밴드에 합류해 색소폰을 불었다. 당시 길옥윤씨와 함께 무대에 선 가수가 패티김이었다.
"연주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대학 갈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어느 날 친구들이 미팅 나가는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원한 서울대 작곡과에 단번에 합격했다. 당시 "유난히 피아노를 잘 치던 아이"가 그의 대학 동기인 지휘자 금난새(64)다. 그는 그러나 "음악하느라 너무 바빠서" 3학년 1학기에 서울대를 중퇴하고 말았다.
정성조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한 사람이기도 하다. 미8군 클럽에서 활동하던 시절 즐겨 읽던 미국 재즈잡지 '다운비트'에 실린 버클리음대 입시광고를 보고 1979년 이 대학으로 진학했다.
지금은 전국에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실용음악과'도 그가 만들어낸 말이다. 그는 1988년 서울예대의 제안으로 '국악과 2부'를 맡았고, 이듬해 이 학과 명칭을 '실용음악과'로 바꿨다. 정성조는 "그때 '실용음악'이란 말에 특허만 냈어도 돈을 꽤 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서울예대에서 저에게 그런 기회를 줘서 정년까지 일했으니 참 뜻깊은 일입니다. 처음으로 한국 실용음악 교육에 참여해서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일조할 수 있었지요." 그가 실용음악과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그런 음악을 왜 대학에서 가르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는 입학경쟁률이 100대 1에 가까울 만큼 명문으로 성장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철저하게 훌륭한 음악을 모방하라고 가르칩니다. 예술은 무조건 모방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을 깨고 나오면서 자기 작품을 하게 되는 거죠. TV에 열몇 살짜리가 나와 색소폰 불고 '천재 탄생' 하면서 치켜세우면 그 아이 인생 망치는 거예요. 모차르트나 비틀스 같은 천재는 예외겠지만 말이죠."
1995년부터 10년간은 KBS 관현악단 단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KBS도 공무원 사회이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열린 음악회' 음악의 편곡과 음향을 바꾸려고 하면 다른 KBS 직원들이 "내일 마라톤 중계 때문에 바쁜데 무슨 음향을 바꾸느냐. '열린 음악회'는 박수 소리만 잘 들리면 된다"며 투덜댔다고 한다.
정성조는 미국 유학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음악' 한 곡을 건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서울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겁니다. 그때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연주곡 하나를 꼭 쓰고 싶습니다. 그것만 건져도 제 유학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서울고 3학년 때 그는 이미 '천재' 소리를 들었다.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길옥윤(1927~1995)씨의 밴드에 합류해 색소폰을 불었다. 당시 길옥윤씨와 함께 무대에 선 가수가 패티김이었다.
"연주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대학 갈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어느 날 친구들이 미팅 나가는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원한 서울대 작곡과에 단번에 합격했다. 당시 "유난히 피아노를 잘 치던 아이"가 그의 대학 동기인 지휘자 금난새(64)다. 그는 그러나 "음악하느라 너무 바빠서" 3학년 1학기에 서울대를 중퇴하고 말았다.
정성조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한 사람이기도 하다. 미8군 클럽에서 활동하던 시절 즐겨 읽던 미국 재즈잡지 '다운비트'에 실린 버클리음대 입시광고를 보고 1979년 이 대학으로 진학했다.
지금은 전국에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실용음악과'도 그가 만들어낸 말이다. 그는 1988년 서울예대의 제안으로 '국악과 2부'를 맡았고, 이듬해 이 학과 명칭을 '실용음악과'로 바꿨다. 정성조는 "그때 '실용음악'이란 말에 특허만 냈어도 돈을 꽤 벌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서울예대에서 저에게 그런 기회를 줘서 정년까지 일했으니 참 뜻깊은 일입니다. 처음으로 한국 실용음악 교육에 참여해서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일조할 수 있었지요." 그가 실용음악과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그런 음악을 왜 대학에서 가르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는 입학경쟁률이 100대 1에 가까울 만큼 명문으로 성장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철저하게 훌륭한 음악을 모방하라고 가르칩니다. 예술은 무조건 모방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을 깨고 나오면서 자기 작품을 하게 되는 거죠. TV에 열몇 살짜리가 나와 색소폰 불고 '천재 탄생' 하면서 치켜세우면 그 아이 인생 망치는 거예요. 모차르트나 비틀스 같은 천재는 예외겠지만 말이죠."
1995년부터 10년간은 KBS 관현악단 단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KBS도 공무원 사회이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열린 음악회' 음악의 편곡과 음향을 바꾸려고 하면 다른 KBS 직원들이 "내일 마라톤 중계 때문에 바쁜데 무슨 음향을 바꾸느냐. '열린 음악회'는 박수 소리만 잘 들리면 된다"며 투덜댔다고 한다.
정성조는 미국 유학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음악' 한 곡을 건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서울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겁니다. 그때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연주곡 하나를 꼭 쓰고 싶습니다. 그것만 건져도 제 유학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