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장에 묻힌 청년, 60년만에 졸업장

"60년 만에야 오빠에게 졸업장을 드릴 수 있게 됐네요."

한상현(62)씨는 6·25전쟁 당시 22세로 전사한 오빠의 이름을 꺼내면서 울먹였다. 오빠 상호<사진>씨는 1951년 성균관대 정경학부 법률학과에 입학했지만, 1952년 3월 육군보병학교에 입교해 6·25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상현씨는 "오빠는 부모님이 군사학교 입대를 반대하자 친구 아버지께 대신 허락을 받아 전장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상호씨는 보병학교에서 간부후보생으로 졸업해 소위 계급장을 달고 전선을 누볐다. 가족들은 상호씨가 무사하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1953년 7월 15일 전사 통지서가 도착했다. 상호씨는 가장 치열한 전투 가운데 하나였던 강원도 금화 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상현씨는 "어머니는 그해 여름을 잊지 못하고, 매년 여름만 되면 입이 허는 등 오빠를 사무치게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상호씨는 1961년 9월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국립현충원 현충탑 장교 구역에 위패가 봉안됐다. 상현씨는 "유골도 못 찾은 오빠의 성균관대 학생증을 봤을 때 가슴이 아팠다"며 "올해 현충일에 현충원을 찾았을 때 다른 전사자의 위패에 육군사관학교 명예졸업장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성균관대에 오빠의 명예졸업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상호씨는 오는 25일 열리는 성균관대 2010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입학한 지 6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게 된다. 유족들은 이 졸업장을 현충원에 있는 위패 옆에 둘 예정이다. 상현씨는 "오빠도 졸업장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4·19혁명에 참가하고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졸업을 하지 못한 최동화(71)씨에게도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