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돈비 어프레이드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이빨을 뽑으면 지붕 위로 던지지만 서양에서는 베개 아래 둔다. 밤이 되면 '이빨 요정'이 나타나 헌 이빨을 가져가고 그 자리에 동전을 놓아둔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 요정이 생이빨까지 뽑아가려 한다면? 전설은 살짝만 비틀어도 공포가 된다.

영화 '돈비 어프레이드: 어둠 속의 속삭임'은 서양의 '이빨 요정'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공포 영화다. 부모님이 이혼한 소녀 샐리(베일리 매디슨)는 건축가인 아빠(가이 피어스)와 아빠의 여자친구 킴(케이티 홈즈)을 따라 19세기 풍 저택으로 이사 온다. 그런데 옷장 속 킴의 드레스가 밤새 난도질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아빠는 샐리가 옷을 찢었다고 의심하고, 억울해하던 샐리는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영화는 초반부에 말이 통하지 않는 가족에 주목한다. 샐리와 아빠는 서로의 감정만 앞세우고, 킴은 샐리에게 다가서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불통(不通)이 공포의 시작인 셈이다. 가족들의 불협화음과 달리 요정들은 재빠르게 샐리에게 접근한다. 샐리는 "친구가 되고 싶어" "그들은 너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속삭이는 요정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다가간다.

그러나 요정들이 곧장 공격성을 드러내면서 영화는 재빠르게 정통 공포 영화의 템포에 가까워진다. 작은 요정들은 밤마다 샐리를 위협하지만, 일에만 관심 있는 아빠는 딸을 정신병 환자로만 바라본다. 오히려 킴이 샐리를 보호하려 한다.

영화 내내 고풍스러우면서 어두컴컴한 집안 풍경이 공포감을 조성한다. 속삭이는 목소리와 세트, 불빛의 변화만으로 만들어진 공포의 질감(質感)에서 각본·제작을 맡은 멕시코 출신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향이 느껴진다. 그가 연출해 제79회 아카데미 3관왕(촬영·미술·분장)을 차지했던 '판의 미로'와 비주얼이 비슷하다.

요정들에게 쫓기는 아역배우 베일리 매디슨의 연기가 일품이다. 이제 겨우 12세인 매디슨은 아빠와의 갈등부터 요정들에게 쫓기는 공포까지 실감 나게 표현했다. 그에 반해 반전(反轉)도 없는 단순한 스토리는 실망스럽다. 일러스트레이터 출신 트로이 닉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 속 지하실의 음산한 그림은 닉시 감독이 직접 그렸다고 한다. 원제 'Don`t be afraid of the dark'.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이것이 포인트

#장면
어른들이 자신을 믿지 않자 요정 사진을 찍으려 서재로 갔다가 갇혀버린 샐리. 공포를 넘어선 ‘투쟁’ 차원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해외평
“어떤 경우든 오늘 밤에는 불을 켜고 잠들게 될 것이다.” (LA타임스)

#이런 분들 보세요
공포 영화도 예쁜 여배우와 예쁜 아역이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나오는 게 중요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