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計家매너

〈제13보〉(196~218)=워낙 꼬마시절부터 바둑계를 휩쓸었던 탓에 이창호(36)는 상당 기간 어린이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서른을 넘기고선 '노총각' 이미지가 꽤 오래갔다. 하지만 지난 연말 결혼 후 각종 바둑행사에 아내와 함께 나타나는 등 종전 이미지를 일신했다. 이번 대회기간 동안에도 둘은 꼭 붙어 다녔다. 최근 이창호는 아내가 입덧을 심하게 한다고 수줍게 밝혔다. 이 '국민기사'가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일인자에 복귀할 것을 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다.

196은 부분적으론 참고1도 1, 3이 훨씬 큰데, 하지만 지금은 흑4 때 대책이 없다. 앞서 흑이 ▲에 둔 것은 흑2를 두기 위한 미끼였던 셈. 이런 꼼수(?)에 넘어갈 이창호가 아니다. 199까지의 응급처치 후 선수(先手)를 차지했다. 212도 정수. 보통의 경우는 참고2도 1, 3으로 처리할 곳인데 지금은 4 다음 A의 패가 남아 안 된다.

이후는 흑이 아쉬움 속에 그냥 둬 본 수순. 아무리 그렇다지만 242수까지 끌고가 공배를 메우는 단계에서 돌을 거둔 매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다 두었으면 계가를 하는 게 예의 아닌가. 흑이 반면(盤面)으로 3~4집 남겨 덤에 걸리는 형세였다. 기보는 218수로 끊고 이후는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