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파병 빚, 필리핀 후원으로 갚아야지"

최씨는 필리핀 아이들을 돕는 데 대해 "60년 만에 빚을 갚고 싶어서"라고 했다. 6·25전쟁 당시 파병한 필리핀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6·25전쟁 당시 열 살이었던 최씨는 1·4후퇴 때 고향인 황해도 송화군에서 군함을 타고 군산으로 내려온 실향민. 온갖 고생을 하다 1980년에 개업한 백합(조개의 일종)죽 가게가 잘돼 지금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빌리아시스는 아빠가 없다. 엄마와 2명의 형과 함께 2평이 채 안 되는 집에 살고 있다. 엄마가 공장에 나가 돈을 벌어오지만 한 달 벌이가 우리 돈으로 7만원 남짓이다. 최씨는 "공부를 잘한다고 하니 '내가 끝까지 공부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너무 비참해서 마음이 아팠어. 6·25 때 우리도 그랬지.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울컥하더라고."

최국서(72)씨는 "빌리아시스를 보면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다니엘 빌리아시스(14)는 지난해 6월부터 최씨가 한 달에 3만원씩을 보내 후원하고 있는 필리핀 아이다.

최씨는 지난 14일 빌리아시스를 보러 필리핀에 다녀왔다. 작년 6월부터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을 통해 후원하면서 언젠가는 직접 만나러 가야지 생각을 하다 이번에 필리핀 어린이를 후원하는 13명과 함께 다녀왔다. 최씨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빌리아시스와 입을 커플 티를 준비했고 오래 아끼던 시계도 빌리아시스에게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