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창호의 答案

〈총보〉(1~218)=두 기사의 개성이 잘 드러난 한 판. 쌍방의 의욕이 맞부딪치면서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 탄생했다. 다만 이 바둑이 두어졌던 무렵은 이창호의 오름세와 구리의 슬럼프가 교차하던 시기였고, 바둑 내용 또한 그렇게 흘렀다. 이창호는 상대가 어려운 질문을 던져올 때마다 정확히 받아냈다. 75까지 진행된 뒤 76의 반발, 78의 대세관이 특히 돋보였다.

구리는 대조적으로 78, 92 등 상대의 질문에 매번 오답(誤答)을 반복했다. 열심히 추격하다 133의 실족으로 만회의 동력(動力)이 떨어진 뒤부터는 이창호의 독무대였다. 87로 참고도 흑1로 패를 강행할 경우가 어려웠다. 8까지 대 교환이 이뤄지지만 우상귀 백에 아직 숨이 붙어 있어 역시 백이 좋다는 결론.

팬들이 무관(無冠) 이창호에게 특별한 성원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138회 우승 경력자에 대한 연민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어려웠던 시절 한국민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불어넣었던 영웅의 때 이른 몰락을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창호는 이제 이들에게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77 91…71, 88 94…18, 120…73, 187…32, 242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9분, 흑 2시간 5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