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韓日戰

〈제1보〉(1~18)=이번엔 원성진 대 사카이(坂井秀至) 대국보를 골랐다. 오랜만에 보는 한일전이다. 축구 등 스포츠와 달리 바둑 한일전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국 간 실력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세계바둑의 메카로 통하던 일본의 급격한 몰락은 불가사의할 정도다. 한 중 일 3국이 정립(鼎立) 형태로 함께 끌고 온 바둑이 세계화에 다가가려면 일본이 좀 더 힘을 내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정된 코스인 양 다시 5의 좁은 중국식이 등장했다. 12까지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진행. 아군 빈 진지를 굳히거나 상대 진지에 걸친 뒤 중앙 대치점을 차지하라는 포석의 원리 그대로다. 13도 흔히 쓰이는 수. 13으론 물론 '가'도 유력하지만 대신 백 '나'의 어깨짚음이 아프다. 백도 14로 굳혀 피차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15, 17은 외곽 세력을 확장할 때 동원되는 상투수법. 백이 18로 참고도 1에 두어 귀를 단단히 굳힐 경우 흑은 2 근방에 두어 노골적으로 우중앙을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원성진이 침착한 손길로 밀어간 18은 쌍방 세력의 분기점. 자, 여기서 우중앙 일대 흑 세력을 키워가는 가장 효율적인 작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