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굿바이" 외친 날, 경쟁株는 "생큐"

'IT의 제왕'은 떠났지만 주가는 환호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점유율을 두고 애플과 다투던 경쟁주들이 잇따라 상승했다. 잡스가 25일 오전 사퇴를 선언하자 개장을 앞둔 아시아 증시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개장 직후 애플의 경쟁사 주가는 올랐고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밀렸다.

◆삼성전자·LG전자 강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 초반 4.2%까지 상승했다가 2.40% 오른 72만5000원에 마감했다. 유진투자증권 조병문 센터장은 "애플의 핵심이었던 잡스가 은퇴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의 부재가 삼성전자과 LG전자에는 스마트폰 점유율을 늘릴 기회라는 전망이 강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 스마트폰 관련 특허 소송을 대거 진행 중이어서 잡스의 사퇴가 더욱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잡스가 애플의 차기 CEO로 추천한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삼성전자와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도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실어줬다.

◆애증관계에 있는 애플과 삼성… 반사이익 미미할 수도

그러나 애플과 삼성전자가 100% 경쟁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의 제품에 LCD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매출에서 애플은 5.8%를 차지한 최대 고객이지만, 스마트폰·태블릿PC사업에선 경쟁을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로 LG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선 경쟁을 펼치지만 애플에 LCD를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경쟁업체들의 주가가 오른 것은 실제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확신보다는 심리적 반응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잡스의 건강이나 사퇴 우려는 이미 애플의 주가에 반영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올 초부터 잡스가 병가를 냈을 때도 애플은 꾸준히 성장을 계속해온 점으로 볼 때 실제로 얻게 될 반사이익은 미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부품주 하락…미국 IT주 시간 외 거래 약세

일본에서도 경쟁주가 웃었다. 도쿄 증시에서 도시바는 3.9%, 샤프는 2.9% 상승했다. LCD 제조업체인 도시바와 샤프는 애플에도 부품을 공급하지만 애플의 경쟁사에도 납품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에 밀려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은 노키아도 유럽 증시에서 장 초반 1.2% 상승했다. 대만 증시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는 주가가 1.3% 올랐다. HTC와 애플도 스마트폰 관련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만 증시는 장 초반에는 상승했지만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조립하는 혼하이 정밀은 4.62% 하락했고, 애플에 터치패널을 공급하는 윈텍은 주가가 6.8% 급락했다. 부품 공급업체인 컴펙은 4.62% 하락했고 애플 제품의 케이스를 만드는 캐처 테크놀러지는 주가가 6.8%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IT주가 약세였다. 잡스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애플의 주가는 5% 하락했고,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IT주까지도 약세를 보였다. IT업계의 '큰 인물'을 잃었다는 심리적 충격이 컸다. 스마트폰용 OS로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간 외 거래에서 0.7% 약세를 보였고 태블릿PC로 애플에 도전장을 내민 델은 0.4% 하락했다. 애플과 손을 잡고 구글에 대항했던 오라클도 약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