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겁내지만 말고 저가매수할 때"… "쌀·원유 투자 늘려라"

8월 글로벌 증시는 매서웠다. 뉴욕 증시(S&P500지수)는 지난 3주 동안 13% 떨어졌고, 한국 코스피지수도 19% 넘게 빠졌다. 많은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시장을 빠져나갔지만, 내로라하는 투자 거물들은 남달랐다. 이들은 지금처럼 시장이 요동치는 위기 상황이 오히려 '투자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머니섹션 M이 전설 같은 글로벌 투자 거물들의 최근 투자 리스트를 살펴봤다. '위기가 기회'라는 원칙은 같았지만, 대가들이 고른 투자 대상은 제각각이었다.

◆지금이 기회… 블루칩을 잡아라

오바마의 현인으로 통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11일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천지(誌)와의 인터뷰에서 "주가가 내려갈수록 더 많이 사들일 것"이라며 "(기분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말했다. 버핏은 대기업과 증권상품(securites)을 매입 중이라고 말했지만, 정확히 어떤 업종에 투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도 주식시장을 밝게 전망하며 저가매수를 추천했다. 모비우스는 지난 22일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면 주가 폭락에 놀라지 말고 더 투자할 때"라며 "특히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30%까지 늘려도 좋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모비우스는 소위 '몰빵'보다 분산투자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한꺼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기간을 나눠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분산투자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그룹 회장도 12일 "나는 주식 투자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자가이지만, 최근 블루칩 주식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美국채 전망은 의견 팽팽

미국 국채는 완벽한 안전자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최근 미 국채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요즘 같은 글로벌 폭락장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대공황 이후 사상 최저치인 1%대로 떨어졌다. 채권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 국채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렸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 위험이 고조될 경우에만 미 국채를 사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위기 때 미 국채를 대신할만한 안전자산은 아직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지난 7월 미 국채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증시 비관론자로 알려진 마크 파버 글룸붐앤드둠 리포트 발행인은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자살 시도나 다름없다"며 "현금, 미 국채, 주식 중에 고르려면 주식이 가장 낫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재정 적자가 불어나고 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가 국채를 더 발행하게 된다며, 국채 발행 규모가 증가하면 국채 투자자들의 신용도를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금에 올라타라

'상품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최근 폭락장에서 원자재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로저스는 "주식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원자재 시장은 지속적인 강세장(bull market)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는 쌀, 원유, 금이 있다면 쌀에 투자하고 원유와 금이 있다면 원유에 투자할 것이라며 농산물 투자를 강력 추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모든 원자재의 투자 매력은 높지만, 지금은 농산물 전망이 더 좋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투자를 미루겠다며 "만일 금값이나 유가가 지금보다 떨어지는 경우에는 물론 더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버는 금 생산기업이나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아닌 금 실물 투자를 권유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만 투자하지 말고 스위스, 런던, 홍콩, 호주 등의 은행에 금 실물을 보관하라"며 "집에 있는 금고에 금 실물을 보관하는 게 최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