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전격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면서 애플·삼성전자·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글로벌 IT 업계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잡스의 후임인 팀 쿡 CEO는 매년 한두 번씩 한국을 찾는 애플 내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애플·삼성전자 관계개선 기대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애플이 지적재산권 소송을 걸어온 이후 애플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의 관계에서 잡스가 삼성전자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채찍이었다면 팀 쿡은 당근을 내미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애플이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판매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을 때 "삼성전자는 애플의 소중한 부품 공급 파트너"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팀 쿡이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사장(최고운영책임자)이 애플의 팀 쿡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는 것도 호재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당장 사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두 사람이 상당한 친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사장은 2005년 애플이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 나노'를 출시할 무렵부터 해마다 몇 차례씩 애플 본사를 방문해왔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한편으로는 철저히 의존하는 관계다. 삼성 반도체의 최대 고객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잡스가 퇴임을 발표하던 날 삼성전자는 자사의 독자적 스마트폰 운영체제 '바다 2.0'을 발표했다. 신종균 휴대전화사업부 사장은 애플이나 구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바다를 주요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사업부 권오현 사장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LG쪽도 팀 쿡에 대해 우호적이다. 지난 2010년 팀 쿡은 비밀리에 아이폰·아이패드의 액정화면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를 방문해 경영진과 환담하고 기념식수를 했다.
해외에선 잡스의 사퇴가 한국 기업에 기회란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애플은 잡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움직였다"며 "잡스 없는 애플이 방향을 상실한다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IT업계는 애플 허점 노려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은 잡스의 사퇴와 팀 쿡 CEO 취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노키아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쟁 업체들은 내심 '애플 천하'를 뒤집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팀 쿡은 관리자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 잡스처럼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의 경쟁자들은 누구라도 잡스 없는 애플과 싸우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드디어 그날이 왔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