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동포들, 올 추석엔 한복 입으세요"

"추석 때 고려인 동포들이 이 한복을 입고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울산에 사는 이희영(65)씨는 지난 22일 본인과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입던 한복 24벌을 우즈베키스탄에 '한복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관훈클럽에 보내왔다. 이씨는 "조금 수선해야 할 옷도 있어 보내도 될지 고민했는데,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 한복을 입고 싶어한다는 전대완 우즈베키스탄 대사의 글이 본지에 실린 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동포들에게 한복을 보내겠다"는 독자들의 온정이 쏟아지고 있다. 관훈클럽에 따르면 24일까지 본지 독자들이 보내온 한복이 130여벌에 이른다.

2남 1녀를 둔 정희교(78)씨는 자녀들이 혼례 때 입었던 혼례복 3세트 등 남녀 한복 5벌을 보내왔다. 혼례복 세트에는 족두리와 활옷, 가방과 꽃신, 비녀, 사모관대, 조끼, 마고자, 두루마기 등 일체가 들어있다. 황해도 출신인 정씨는 "광복 후에 공산주의자들의 박해를 피해 월남했다"면서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까지 빈손으로 쫓겨난 고려인들에 대한 동질감과 연민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식들이 결혼할 때 입었던 옷이라 고려인들이 전통 혼례식을 올릴 때 입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30여년 동안 전남 여수에서 한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현순(54)씨는 "의상학과를 졸업한 딸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에게 한복을 짓는 법을 직접 가르쳐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나승금(56)씨는 딸과 사위가 3년 전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 2세트를 보내왔다. 딸 내외가 결혼 후 하와이로 이민 갔다는 나씨는 "결혼식 때 해준 한복이라 옷감도 좋고 색도 고운데 딸 내외가 이젠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서운했던 차에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고려인들이 잘 입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교회와 성당, 시민단체, 한복 디자인 업체 등에서도 한복을 모아서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관훈클럽은 24일 1차로 독자들이 보내온 한복 130여벌을 갖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났다. 외교통상부 재외동포과는 우즈베키스탄에 보낼 한복을 접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