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부채 2011개에 독도 일일이 그렸죠"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부채 바람을 타고 널리 널리 퍼져 나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 이틀째인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 동편 경북도 홍보 부스 앞. 하얀 한복 차림에 '독도사랑'이라는 머리띠를 두른 50대 중년 신사 1명이 지나가는 외국인들을 붙들어 세웠다. 그는 "Dokdo island is Korean territory"라고 설명하며, 독도 전경이 그려진 흰색 부채를 나눠줬다. 외국인들은 잠시 주춤하다 그의 뜻을 이해하고는 "뷰티풀, 생큐"라며 부채를 받았다.

경기장에서 외국인에게 호소한 이는 '독도 부채' 2011개를 만들어 독도 전도사로 나선 한국화가 정수정(57)씨다. 2년여 전부터 사비(私費) 2000만원을 들여 이번 행사를 준비한 그는 "이번 대회가 세계인에게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부채를 받은 사람은 물론 부채를 보는 사람까지 적어도 수만 명이 독도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정씨는 지난 2007년 세계육상대회 유치가 결정되자 부채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접는 부채는 홍보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아 전통 부채로 결정했고, 동도와 서도, 삼형제굴바위 등이 태양 아래 빛나는 전경을 직접 그려 하루 7~8개씩 만들었다. '인쇄한 부채가 아니라 직접 그린 그림이라면 사람들이 더 관심 있게 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각별한 독도 사랑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가 외신기자들 앞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때부터 독도 그림만 그렸고, 기회만 되면 그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한 해는 경북지역 1000여개 학교를 돌며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독도 그림이 새겨진 연필꽂이를 나눠줬고, 지역 노인회관·복지관 등을 다니며 그림을 돌렸다. 지금까지 5년여 동안 독도 그림 2만여점을 그려 이 중 약 3억원어치(그림·도자기·T셔츠 등)를 나눠줬다.

그는 "외국인들이 부채를 갖고 돌아가면 독도가 한국 땅인 사실이 널리 알려질 것"이라며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고 밝혔다. 그는 "무력이나 국제법 분쟁을 통해서가 아닌 문화 전파를 통한 진정한 '독도 수호'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시청 공무원 출신인 그는 취미 삼아 한국화를 그리다 1981년과 1982년 각각 한국현대미술대전과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