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다운 기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평소 "누구나 균등한 교육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말해 왔다. 그런 건강한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방안으로, 정 회장은 28일 국내 개인 기부 사상 최대 금액인 5000억원을 기부하며 실천에 옮겼다.

◆교육을 통한 저소득층 계층 이동 돕는다

정 회장은 이번 기부금을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뜻을 밝혔다. 우리 사회에선 교육이 사회적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통로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5000억원 기부금을 받을 해비치문화재단은 기부자인 정 회장의 뜻을 실현할 구체적인 사업을 계획 중이다.

저소득층 우수 인재 양성과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신용 불량 등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해비치문화재단은 이미 교통사고 피해 가정 중·고·대학생, 소년소녀 가장 세대, 천암함 유자녀, 연평도 피해 가정 자녀 등에게 장학금 지원 사업을 해오고 있다.

올해는 60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기금 규모가 커지는 만큼 앞으로 대상자와 지원 규모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해비치재단을 국내 최대 규모로 키울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 기여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해 왔다"며 "저소득층 인재 육성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고 본인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재 출연 어떻게 이뤄졌나

정 회장은 2007년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되자 2013년까지 84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키로 약속했다. 이번 사재 출연은 그것을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기소 혐의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사재 출연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어졌다"며 "그럼에도 5000억원을 기부한 것은 사회에 한 약속을 지키고 정 회장이 평소 생각해왔던 사회 기여 방안을 실천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당시 약속에 따라 2007년 600억원, 2008년 300억원, 2009년 600억원 등 이미 1500억원을 기부했다. 이날 5000억원을 추가로 기부하기로 함에 따라 지금까지 모두 6500억원을 기부하는 것이다.

해비치문화재단은 정 회장이 2007년 11월 출연한 글로비스 주식 92만3077주(당시 600억원 규모)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글로비스 주주구성엔 큰 변화 없어

정 회장이 5000억원 상당의 글로비스 지분을 해비치문화재단에 기부하면서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율은 18.11%에서 11.09%로 낮아진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글로비스에 대한 경영권은 여전히 유지된다.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31.88%)과 현대차(4.88%)의 보유 지분을 합치면 47.8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우호 지분이라 할 수 있는 해비치문화재단(8.39%) 지분까지 합치면 50%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