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없는 갱스터… 車·사람·총 모두 100% 실제 액션

범죄자의 삶을 그린 '갱스터 영화(gangster film)'에선 늘 주인공이 몰락한다. 범죄가 술술 풀릴수록 위험은 커지고 어느 순간 배신당하거나 죽는다. 이처럼 결말이 뻔한데도 늘 관객이 몰리는 것은 범죄자 주인공이 주는 위험한 매력 때문이다.

프랑스 영화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은 주인공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장르 고유의 쾌감에 충실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이 멋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볼사리노' '어둠 속의 두 사람' 등 197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 갱스터 영화의 현재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알제리 전쟁에 파병됐다 돌아온 '자크 메스린'(뱅상 카셀)은 멋지게 살고 싶은 청년이다. 아버지가 취직시켜준 안정적인 의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를 따라 갱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술집에서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그는 척척 해결한다. 한때 아름다운 부인과 아기가 생기면서 평범한 직장에서 돈을 벌려고 했지만 경기 악화로 정리해고되며 다시 범죄의 소굴로 돌아간다.

'블랙 스완'에서 예술감독으로 나왔던 뱅상 카셀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잔혹한 범죄자를 연기했다. 자동차 추격신 끝에 경찰에 붙잡힐 때나 교도소에서 두들겨 맞을 때까지도 '섹시하다'. 32번이나 은행을 털고 백만장자를 납치했다가 탈옥했던 자크 메스린은 실제 존재했던 프랑스의 전설적인 갱. 장-프랑소와 리셰 감독이 메스린의 삶을 두 편의 영화로 나눠 찍었고 이번 영화가 1편이다.

교도소 습격신, 차량 추격신 등을 컴퓨터그래픽(CG) 없이 100% 실제 액션으로 촬영한 게 독특하다. 제작진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실제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은 만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갱스터 영화여서 청소년 관람불가이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다. 뱅상 카셀은 이 영화로 세자르영화제와 도쿄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원제 'L'Instinct de mort'. 113분. 상영 중.

☞ 이것이 포인트

#장면

자크 메스린이 수감돼 있는 동료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교도소를 습격하는 마지막 10분 액션. 옷깃을 세우거나 총알을 피해가는 과장법 없이도 주인공을 멋있게 그려냈다.

#대사

“너와 친구 중 하나를 택하라면 친구를 선택할 거야. 항상 머리에 새겨둬.”(메스린이 범죄 현장으로 떠나려는 자신을 아내 소피아가 울며 말리자 권총을 뽑아들면서)

#이런 분들 보세요

‘블랙 스완’의 예술감독 뱅상 카셀에 끌렸던 여성 분들, 갱스터 영화라면 남자친구도 싫어하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