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돌아간 임옥상

지난 8년간 미술가 임옥상(61)은 전시장 밖에 있었다. 서울 달동네에 벽화를 그리고, 책 테마파크를 설계하고, 산에 걸린 구름을 닮은 철제 조형물을 지었다. 그가 잠시 전시장으로 돌아왔다. 내달 1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8년 만의 개인전 '임옥상의 토탈아트-물, 불, 철, 살, 흙'을 여는 임옥상은 "잠시 숨을 고르며 나 자신과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시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에 나온 '흙-블랙박스1'(2011·사진)은 이번 개인전이 '자신과의 대화'라는 작가의 말을 실감케 하는 작품이다. 임옥상은 흙벽을 쌓아 가로·세로·높이 180㎝의 하늘이 뚫린 방을 만들었다. 방안 벽에는 용을 연상시키는 상상 속 동물을 그려 넣고, 마음속 상념을 가득 적었다. "내 마음속 방을 형상화했죠. '블랙박스'라는 작품 제목은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인 흙이 지닌 미스터리를 뜻합니다."

전시에는 흙 이외에도 갖가지 재료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작품 50여점이 나온다. 가로 10m, 세로 1.3m짜리 대형 캔버스를 장미, 붓꽃, 모란 등 생명력 넘치는 각양각색 꽃으로 가득 채운 '꽃'(2010), 진홍색 물바다에 잠긴 광화문 일대를 그린 '광화문 연가'(2011), 전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을 표현한 스틸(steel)작품 '전시장 사람들'(2011) 등이다.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