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환갑에 스킨·에센스… 남자, 화장품에 빠지다

중견 식품업체 D사 김모 사장은 '화장하는 남자'다. 그의 나이는 올해 환갑. 아침 출근 전 30여분간 얼굴 기초화장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그의 화장법은 4단계. 먼저 스킨을 바른 뒤 피부 보습을 위해 에센스를 사용하고 다음에 로션을 바른다. 마지막으로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크림도 빠뜨리지 않는다. 김 사장은 "화장을 한 이후로 직원이나 고객들에게 나이보다 젊고 생기 있어 보인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화장이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김 사장처럼 화장하는 남자가 국내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남성들은 화장품 업계에서 '큰손'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남성용 기초화장(스킨케어) 분야는 한국이 전 세계 1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했다.

29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남성 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2억8460만유로(4445억원)로 세계 시장(15억7000만 유로)의 6분의 1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중국·일본·미국 순으로, 미국의 경우 한국 규모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의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자,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남성용 제품을 앞세워 속속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SK-II는 남성용 화장품인 'SK-II MEN'을 세계 시장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 다른 아시아 지역이나 미국과 유럽 등지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 브랜드 모델로 선발된 배우 유지태는 한국에 이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과 유럽. 미주 지역의 모델로서도 활동한다.

SK-II를 수입·유통하는 P&G코리아 오쿠야마 신지 대표는 "한국이 남성 화장품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 전 세계 최초로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로레알 그룹의 남성용 화장품인 로레알 파리 맨 엑스퍼트도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첫선을 보인 데 이어 비쉬, 랑콤 옴므 등을 줄줄이 선보였고, 에스티로더 그룹의 남성용 화장품 아라미스는 2009년 말부터 한국 시장이 영국·미국·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 화장품 브랜드 이지함화장품 백지선 과장은 "꽃미남에 이어 꽃중년(자신을 가꾸는 중년) 열풍이 불면서 피부과 시술뿐만 아니라 피부과 화장품 매출도 남성이 예년보다 40~50%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