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자료 모으려 집까지 담보 잡힌 남자

1948년 한국 축구 대표팀은 런던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배와 비행기를 열두 번 갈아타고 런던으로 갔다. 6월 말 한국을 떠나 20일의 긴 여정 끝에 도착했다. 광복 후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는 1회전 상대 멕시코를 5대3으로 이겼다.

이 같은 우리 축구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한국 축구 명예의 전당 7인전'이 1일부터 일주일간 롯데마트 월드점(잠실) 5층에서 열린다. 명예의 전당 7인은 2005년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아시아의 철인' 김용식(작고), '철벽 수문장' 홍덕영(작고), '아시아의 표범' 이회택(65·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갈색 폭격기' 차범근(58), '한국 축구의 산 증인' 김화집(작고), 정몽준(60) 전 FIFA 부회장, 거스 히딩크(65)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다.

이번 전시는 축구 자료 수집가인 이재형(50)씨가 스포츠용품업체 '로또스포츠'와 기획했다. 이씨는 "곧 우리 대표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예선과 2012 런던올림픽 예선이 시작되는데 승부 조작 파문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무료 전시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작 50여점은 이재형씨가 축구계 원로들로부터 받아 소장해온 것들이다. 특히 스위스월드컵(1954년)에 출전했던 홍덕영 골키퍼가 간직해온 '1954년 한·일전 포스터'는 일본에도 없는 희귀본이다. 일본서 열리는 경기를 홍보하려고 일본이 만든 포스터인데도 국명이 '한국-일본(Korea-Japan)' 순서로 적혔다. 고(故) 김용식 대표팀 감독이 소장했던 '1948년 런던올림픽 조선대표선수단' 책자에는 대표팀의 런던 여정이 지도로도 나와 있다. 한국 최초의 여자 축구부인 중앙여중의 초대 감독인 고(故) 김화집 감독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제언'은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이재형씨는 조기축구회와 같은 축구동호회 4곳에서 활동하는 마니아다. 20여년 전부터 축구 관련 우표·포스터 등을 취미 삼아 모으기 시작, 지금은 4만점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16강전 한국·이탈리아전에 사용된 공과 8강전 스페인전 승부차기에 썼던 공은 외국까지 가서 찾아왔다. 월평균 200만원 정도 들어가는 축구 자료 수집비를 대기 위해 아파트를 담보로 잡혔다.